매일신문

[경제 칼럼] 간선망 확충에 디테일이 요구된다

덕원고
덕원고'미국 네브래스카대학(경영정보학 박사) 졸업. 현 달성군 군정자문위원. 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공정거래학회 이사.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4차 순환도로 나들목 설계 반영 못해

금호지구'혁신도시의 접근성 떨어져

KTX 서대구 역사 신축 계획 있지만

순환지하철'환승역 안되면 효과 반쪽

대구에 1차, 2차, 3차, 4차 순환도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1차 순환도로는 동북쪽의 동인네거리, 동남쪽의 삼덕네거리, 서남쪽의 신남네거리, 서북쪽의 달성네거리를 각각의 꼭짓점으로 하여 꼭짓점을 연결하는 사각형 형태이다. 2차 순환도로는 대구의 7개 네거리를 지난다. 남구와 중구는 명덕로를 경계로 두고 각각 걸쳐 있고, 달서구도 반고개네거리에서 살짝 걸친다. 여기에 포함되는 도로는 아양로, 대현로, 침산남로, 달서로, 명덕로, 동대구로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순환도로는 교통량의 증대로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래도 순환기능을 할 수 있는 도로는 3차 순환도로이다. 이 도로는 서대구로, 노원로, 동북로, 무열로, 청호로, 청수로, 봉덕로, 두류공원로를 잇고 있다. 하지만 앞산의 미군부대 앞에서 단절되어 아직도 완전한 순환도로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세 순환도로가 역할을 이렇게 제대로 못하니 대구의 남북을 잇는 신천대로는 대낮에도 상습 정체 구간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인 도로망 개선이 필요 불가결함에도 시는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을 누구나 알 정도로 로마제국의 도로망은 유명하다. 현대 이탈리아의 국도망은 옛 로마 도로에 아스팔트만 포장하고 확장한 것에 불과할 정도다. 정말 로마 도로는 아스팔트만 제외한다면 현대 도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최초의 중국 통일을 이루어 낸 진나라는 외적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만리장성을 쌓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진시황은 BC 212년부터 대장군 몽염에게 명령하여 현재의 네이멍구 자치구 포두시부터 수도 함양까지의 직선도로인 직도(直道)를 건설하게 하였다. 30여 만의 대군이 동원돼 2년 6개월 만에 건설한 이 도로의 길이는 700여㎞에 이른다. 만리장성이나 아방궁에 가려져 있지만 직도 역시 진나라의 대규모 토목 사업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이렇듯 고대국가들은 도로망을 확충하여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제국을 이끌어갔다. 현재 대구는 4차 순환도로인 외곽 순환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외곽 순환도로의 경우는 많은 나들목(IC)을 통해 접근의 편의성을 증대시켜야 하나 경부고속도로와 외곽 순환도로가 만나는 지천 분기점 바로 옆의 하납실 나들목은 예산 문제로 기초설계 때 반영이 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앞으로 인구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호 택지지구의 주민들은 그 혜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대구외곽순환도로가 만나는 신서혁신도시 부근에는 분기점조차도 예정에 없다. 대구 신서혁신도시가 전국의 혁신도시 중 가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에 이것 또한 들어가지 않을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도로에 분기점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KTX신서 간이역을 만들어 외부에서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교통 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대구 KTX역사의 신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대구의 원활한 교통망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재 대구에 필요한 것은 순환지하철이다. 예산 문제로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된 설계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 KTX서대구 역사가 순환지하철과 환승역이 되지 못한다면 반쪽 역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비용 대비 효용의 가치가 최소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충북 도담에서 경북 영천까지 중앙선 복선공사가 실시되고 있으나 동대구역으로 직결되지 않아서 경북 북부 주민들의 철도를 이용한 대구 접근성은 그다지 향상되고 있지 못하다. 영천 신녕에서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역까지 연결한다면 동대구역에서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으로 자연스럽게 직결되어서 경북 북부 주민들에게 대구로의 접근성을 높여 줄 수 있다.

모든 것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 시내를 통과하는 KTX 도심구간의 지하화 계획보다 많은 지점을 연결할 수 있는 분기점이나 나들목, 환승역이라는 디테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대구 신성장동력의 기반이 되는 신서혁신도시, 수성의료지구,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단, 경산지식 산업지구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물류비용을 줄이고, 효용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