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스트레스가 한창이던 지난달 국민들로서는 열 받을 만한 뉴스가 있었다. 한국전력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6조3천9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6%나 급증했다는 소식이었다. 올해 들어 매일 347억원씩 이익을 낸 셈이다. 전기라는 독점 재화를 공급하는 공기업이 이렇게 많은 이익을 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한전의 천문학적 이익은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뿐만 아니라,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조(兆) 단위 이익을 내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6조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돈 버는 데 관한 한 금융기관들도 선수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내는 연간 이익은 수천억~조 단위에 이르곤 한다. 대기업들의 곳간은 넘쳐난다. 올해 우리나라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55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경제 주체의 이윤 추구 행위가 비난받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남기는 데에도 상도가 있다. 모두가 최대 이윤만 추구하면 구조적으로 전체는 파국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빚어진 양극화 때문에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못 벗어나는 현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국민 전체가 풍요로워진다는 이른바 '낙수 효과'가 나타난다고들 하는데 과연 이것이 진실인지는 사뭇 의심스럽다.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수급과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된다고 보았다. 각자의 이기적 경쟁이 결과적으로는 공익(公益)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을 자비로운 신(神)이 세상을 다스리는 은밀한 방식이라고까지 해석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운 존재인지를 간과한 것 같다.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고 했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돈이 돌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심각한 돈 쏠림으로 인한 돈 가뭄을 타개해보겠다며 세계 각국은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등 응급처방을 쓰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없고 오히려 미증유의 경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활동의 목표는 최대 이윤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적정 이윤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윤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 길고 어두운 터널에서 탈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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