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해 복구 중에 '술판'…어이 없는 울릉 공무원

군수 출장 가 자리 비운 사이, 부군수는 간부들과 술자리

최근 집중호우로 무너진 울릉도 가두봉 피암터널 구간 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오는 8일 오후부터 통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최근 집중호우로 무너진 울릉도 가두봉 피암터널 구간 복구가 거의 마무리돼 오는 8일 오후부터 통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울릉군 공무원들이 폭우 피해복구 기간 술판을 벌이고 비상근무 시간에 스크린골프를 쳐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육지 출장 중이던 군수를 대신해 복구 현장을 지휘하던 부군수와 피해복구 관련 간부들이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울릉도엔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달 28일부터 7일간 561.9㎜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30일부터 낙석과 산사태, 시설물 파손, 침수 피해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수일 울릉군수는 을지연습이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육지 출장을 떠났다가 지난 2일이 돼서야 울릉도에 들어왔다. 최 군수는 태풍 피해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출장 명목으로 지역을 비워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복구 지휘를 맡은 하성찬 부군수는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1일 오후 H건설과장 등 피해복구 핵심부서 간부들과 한 고깃집에서 3시간 이상 술판을 벌였다. 이날 일선 현장 곳곳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군청 직원들이 나와 도로를 통제하고 복구에 주력하고 있었다. 게다가 제10호 태풍 라이언록이 소멸한 뒤 북상 중인 제12호 태풍 남테운의 영향으로 이틀 뒤쯤 많은 비가 예상됐다.

게다가 또다시 154.5㎜의 비가 내린 3일 새벽 군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은 텅 비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울릉군의원은 3일 새벽 3시쯤 호우로 인근 지역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민 전화를 받고 급히 상황실을 찾아갔지만 근무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 군의원은 "울릉군이 온통 수해로 초토화되고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비상시국에 상황실이 텅 비어 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피해복구 기간 일부 직원은 비상근무 시간에 스크린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2, 3일 전부터 현장 근무가 잦아진 틈을 타 일부 직원이 스크린골프장을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울릉군은 취재가 시작되자 6일 오후 암행감찰에 나섰고, 울릉군 내 스크린골프장 1곳에서 3명의 공무원이 스크린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100명이 넘는 주민이 졸지에 난민 신세가 된 마당에 부군수와 핵심부서 간부들이 술판을 벌인 것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의 아픔, 하위직 공무원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는 한심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울릉군 측은 "공직 기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물의를 빚어 군민들에게 죄송하다. 3일 새벽 상황실을 비운 것은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터라 당시 북상 중이던 태풍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