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美-中 패권경쟁에 끼어든 셈
대중 무역이 대미 무역의 2배에 도달해
중국의 불만 누그러뜨릴 출구 안 보여
갑자기 흘린 '北 붕괴론' 희망대로 될까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 한류 스타들이 중국의 방송에서 줄줄이 퇴출당하고, 중국과 무역을 하는 기업들도 벌써 보이지 않게 제재를 당하기 시작했단다. 지금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고, 배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 다가오면 양국의 긴장은 극한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터라, 우리로서는 결정을 뒤집기도 어렵게 됐다.
사드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 양국 사이에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 측에서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용 무기라 주장한다. 반면 중국 측에서는 사드 배치가 미국이 추진하는 전 세계적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로 당연히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 인식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우리 정부는 이번 G20에서 사드의 '조건부 철수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조건부 철수론'을 중국에서 받아들일 리 없다. 제안 자체가 한국 측의 일방적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애초에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에 북핵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을 구실로 동구권에 MD 체인을 구축했지만, 이란이 핵을 포기했음에도 그 기지들을 철수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한반도의 사드라고 다를까?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국은 사드를 타격하기 위해 미사일 기지를 한반도 쪽으로 증강 배치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MD를 뚫는 마하20 미사일을 개발해 2018년부터 배치할 계획이란다. 방패를 뚫는 창들이 만들어졌으므로, 이제는 그 창들을 막을 또 다른 방패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이 무의미한 창과 방패의 놀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계속 늘어만 갈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3N 정책'(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을 고수해 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사드 배치를 통해 얻어질 안보적 이익에 비해, 거기에 지불해야 할 우리 측의 대가가 너무 크다는 인식에서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완곡히 거부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결국 안팎으로 시끄러운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취임 초부터 중국에 공을 들여왔다. 그래서 6'25전쟁 때 우리나라를 침공한 그 군대의 전승절 행사에까지 참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중국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일종의 보복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 역시 이 못지않게 감정적'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자신의 제안마저 스스로 철회하게 된 것이다.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대안이라야 군사적 성격을 띨 수밖에. 게다가 사드가 북핵에 대한 온전한 방어책은 못 돼도(사드를 피해 갈 방법은 수없이 많다) 적어도 정부가 놀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은 줄 수 있지 않은가.
문제는 중국이 미국을 위해 간단히 버려도 되는 패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대중 무역 규모는 대미 무역의 두 배에 도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중국이 스스로 화를 누그러뜨리기를 희망하는 것 외에는 출구가 안 보인다. 갑자기 정권에서 '북한 붕괴론'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북한이 붕괴하면 북핵 문제가 풀리고,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도 저절로 해소된다는 것이다.
'희망'을 갖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희망'을 외교'안보 정책의 기초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설사 희망하는 그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이미 배치된 사드를 미국이 우리의 요구대로 순순히 철수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정부는 감정적'즉흥적으로 두 강대국의 패권경쟁에 끼어드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는 일. 다만 치러야 할 그 대가가 견딜 만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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