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리단길이 2, 3년 새 전국구급 젊음의 거리로 부상한 데는 몇 가지 흥행 요인이 있었다.
첫째는 경쟁력 있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맛의 퍼즐을 맞춰준 점주들의 공이고 둘째는 톡톡 튀는 네이밍, 즉 이름 짓기다.
서울의 유명거리에서 차용해 온 것이기는 하지만 '봉리단길'이나 '대로수길'이라는 이름은 그 어원에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런 호기심은 그대로 젊은 층의 발길을 대봉동으로 불러내 '구매'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거리를 일으켜 세운 셈이다.
'이 골목은 반드시 뜬다.'
몇몇 점포주들의 안목 덕에 봉리단길은 이제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봉리단길은 '미학'(味學)적인 측면에서도 뚜렷한 차별화를 이뤘다.
#삼겹살집이나 일식집에서 '1차'하고
#수제 맥주집이나 실내 포차에서 '2차'
#주머니 사정 괜찮은 젊은 직장인 몰려
#사장님 고민거리는 '기·승·전·주차장'
봉리단길의 음식, 주류 구성의 뚜렷한 특징은 다양성. 취재진이 상가번영회의 회원업소를 대략 분류해본 결과 고깃집 20, 퓨전 술집 9, 맥줏집 10, 체인점(닭, 막창) 10, 커피숍 2, 일식집 4, 횟집'해산물 4, 포장마차 9곳 등이었다. 600여m 남짓한 거리에 '육해공' 요리와 일식, 퓨전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먹자거리가 '△△골목'처럼 특정 안주, 요리로 편중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2년 전 봉리단길 초창기부터 이곳에 출입했다는 곽정미(35·대구시 감삼동) 씨는 "5분 거리에 웬만한 메뉴가 다 있으니 2차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며 "경양식이나 삼겹살로 식사를 하고 2차로 수제맥주나 포차에 들르면 '저녁 유흥'이 모두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쇼디치의 천종립(49) 대표는 "미리 구색을 맞춘 듯 봉리단길의 음식'주류가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이제 중구의 랜드마크를 넘어 대구의 관광 명소로 개발해도 충분한 상품 가치가 있다"고 낙관했다.
봉리단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길가에 세워둔 고급 승용차들과 손님들의 남다른 옷차림도 대봉동을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다. 김광석 거리가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등 젊은 층이 주 고객이라면, 봉리단길은 구매력이 높은 젊은 직장인·자영업자들이 주종을 이룬다. 쇼디치의 천 대표도 "초창기 일식이나 소고기·퓨전 쪽으로 거리가 특성화되면서 고객들도 약간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다. 최근 대봉동, 봉덕동 쪽에 대형 아파트 입주가 완료되면서 주민들이 가족 외식이나 술자리를 위해 찾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덕인지 술집 밀집지역이지만 술자리 다툼이나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순찰차 출동도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니 순찰차 소리가 나면 손님들보다 주인들이 더 놀랄 정도라고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다. 대봉동 강남공인중개사 이영도(59) 대표는 대봉동의 월세는 2012년을 기준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대봉성당 근처에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집, 땅값도 가파르게 뛰었다. "5년 전쯤 월세는 3.3㎡(1평)당 3만원 선이었습니다. 10~20평짜리 점포는 30만~60만원 선에서 월세가 형성됐었습니다. 지금은 세 배 이상 뛴 것 같습니다. 요지의 대형 점포는 500만원을 넘어선 곳도 있습니다." 이런 월세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들의 경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차난도 큰 문제이다. 현재는 왕복 2차로에 군데군데 40면 정도 주차장과 몇몇 업소의 자체 시설이 전부다. 최근 주차단속 CCTV가 설치돼 주차난은 더 가중된 상태.
중구청 한 관계자는 "대봉동 가로는 자생적인 상가라서 미처 행정이나 도시 계획이 개입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앞으로 가로 개선, 이면도로 정비를 통해 차량 흐름 개선, 주차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다른 골목처럼 자치단체에서 공영주차장을 설립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상가번영회 천종순 회장은 "상인회의 모든 회의 안건은 '기·승·전·주차장'"이라며 "상인들이 어렵게 명물거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 자치단체에서 상가 활성화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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