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공기관 男직원 "육아휴직? 눈치 보이네요"

'대체 인력 어디서' 만류 분위기…혁신도시 4곳서 달랑 4명 신청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최근 육아휴직제도를 알아보려고 인사 담당 부서를 찾았다가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해당 부서 담당자가 남성 육아휴직을 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만류한 탓이었다. A씨는 "얼마 전 출산한 아내가 힘들어하는 데다 정부가 육아휴직 지원금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휴직을 고려했다"면서 "정부 정책을 적극 장려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가족과 함께할 기회를 놓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푸념했다.

대구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남성 육아 지원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이 거의 없는 데다 육아휴직을 사실상 만류하는 조직 분위기까지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 780명이 근무하는 한국감정원의 경우 지난 2013년 대구로 이전한 이후 남성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는 전무하다. 직원 수가 3천600여 명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와 직원 600여 명인 한국산업단지공단도 남성 육아휴직자는 각각 단 1명에 불과하다. 2천6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도 직원 2명만이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남성 육아휴직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부부가 번갈아가며 육아휴직을 할 경우 최대 3개월까지 월 200만원의 보육비가 지급된다. 남성 육아휴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공공기관들이 대체 인력 채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은 '그림의 떡'이라고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 분위기가 육아휴직에 소극적인 데다 대체 근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직원 B(39'여) 씨는 "출산 후에는 정신적'육체적으로 남편이 함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상사들 눈치를 보느라 남자들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임산부와 갓난아이가 아빠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가 걸린 문제"라며 "이러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부문에서 앞장서 새로운 풍토와 조직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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