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 대신 해외 가는 나홀로族 "엄마, 기다리지마"

"혼자가 익숙…회사 일 핑계 대고 떠나요"

구미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모(28) 씨는 명절 연휴마다 혼자 또는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9일부터 13일까지 베트남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한 씨는 "계속 혼자 살다 보니 이제는 부모님이랑 며칠씩 있는 것도 어색해져 고향집에 가기가 좀 껄끄럽다"며 "집에는 회사에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여행을 다녀온 뒤 추석 당일 차례만 지내고 다시 혼자 사는 집으로 온다"고 말했다.

나 홀로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추석 연휴 나 홀로 여행족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여행사들도 나홀로족을 상대로 다양한 1인 여행상품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에 따르면 1인 여행객은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7만8천 명이던 1인 여행 신청 고객이 2014년 11만9천 명으로 50%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만7천 명으로 73% 늘어났으며 이중 상당수가 설과 추석 등 연휴 기간을 이용한 여행객들이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도 1인 가구가 520만 가구로 전체가구(1천911만 가구) 중 가장 많은 2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사들도 '1인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1인 여행상품은 주로 일본, 대만, 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상이며 숙박 형태는 싱글룸이다. 직장인에다 미혼 남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서영학 내일투어 대구지사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여행사들도 지역별 '1인 여행상품'을 모두 마련한 상태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에게 소비하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고 분석했다.

노랑풍선 대구지사 관계자도 "나 홀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홍콩 여행상품에 대해 문의를 많이 한다"며 "아무래도 대구공항에서 바로 출발 가능한데다 추석 연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절 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나 홀로 식사를 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선 이 기간 도시락 매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 편의점 업체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석과 설 명절 3일 동안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3년 18.4%, 2014년 24.3%, 2015년 45%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부한다는 핑계로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대학생 김모(28) 씨는 "집밥이 그립긴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괜히 눈치 보여서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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