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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영남요·전수관…문경은 도자기 천국

연꽃 다기세트.
연꽃 다기세트.

1년 52주 중 문경이 가장 떠들썩한 한 주가 왔다. 문경 오미자축제와 약돌한우축제가 겹치는 9~11일이다.

축제가 열리는 행사장은 문경새재가 지척이다. 한우고기로 배를 채우고 오미자로 입가심을 한 뒤 문경새재 길을 놓쳐선 곤란하다. 주흘관, 조곡관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은 맨발로 즐겨도 된다. 주흘산과 조령산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샤워는 덤이다.

문경에 왔다면 잊지 말아야할 것이 또 있다. '도자기 천국'이라는 것이다. 곳곳에 자기제작소, 요(窯)가 있다. 매년 봄 열리는 도자기축제에 참가하는 곳도 40곳이 넘는다.

여러 곳에 가기 힘겹다면 문경도자기박물관을 권한다. 문경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도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문경새재에서 3번국도(문경대로)로 향하는 길에 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주로 다기와 밥그릇이다. 종류는 많지 않아도 도예가 각각의 개성이 자기의 질감이나 모양에서 다르게 표현돼 있다. 연꽃모양으로 다기세트를 만든 이가 있는가 하면, 순백색으로 다기를 빚은 이도 있다. 나무껍질 질감을 표현한 도예가도 있다.

박물관 옆 홍보관에서는 도예가들의 찻사발과 밥그릇을 살 수 있다. 1만~2만원짜리도 많다. 물론 몇 백만원짜리도 있다.

좀 더 흥미를 느낀다면 도자기박물관에서 1.4㎞,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영남요에 들러보자. 200년 넘게 가업을 이어온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사기장(沙器匠), 백산 김정옥의 요다. 제작 과정은 물론이고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다 볼 수 있다.

다음 달 10일쯤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는 문경국가무형문화재전수관은 선택사양이다. 백산은 "정식 개관은 안 했지만 축제 기간에 맞춰 보겠다고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한테는 보여주겠다"고 했다.

아직 새 건물 냄새가 진한 1층 전시실은 판매장을 겸하고 있다. 새 건물 속에 똬리 튼 도자기 특유의 향이 새 건물 냄새를 희석했다. 눈여겨볼 작품이 뭐냐고 물었더니 "달항아리"라는 답이 재깍 돌아왔다. 백산은 "우리 집은 달항아리가 유명하지. 그걸 잘 만들어서 할아버지('김비안'을 지칭)가 관요(官窯'왕실 도자기 생산 가마)에 들어갔지"라고 했다.

정호찻사발도 주목할 만하다. 백산이 가장 정성을 들이는 자기다. 말차를 즐기는 일본이 국보 26호로 지정한 조선의 막사발. 바로 정호찻사발, 이도다완이다. 사발 안쪽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가라앉아 있어 차 찌꺼기가 고인다. 말차에 알맞다.

또 다른 볼거리는 전수관 바깥에 있는 망댕이가마다.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것은 관음리에 있다. 이곳에 있는 것은 5년 전 백산이 새로 제작한 가마다. 원추형의 흙으로 구운 벽돌, 망댕이를 가마 제작의 주재료로 해 망댕이가마라 불린다. 망댕이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백산은 "망둥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전통적인 자기 제작법의 핵심"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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