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도는 '세계 5대 타이타늄 기지'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대 강국에 이어 한국이 새로운 타이타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경북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경북의 이 같은 꿈이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에서 경북도가 지역 전략산업으로 타이타늄 분야를 집중 육성할 수 있는 국비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선 타이타늄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경량 소재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꿈의 소재 타이타늄, 우리의 현주소는?
현존 최고의 금속이라 일컬어지는 타이타늄은 철(Fe)보다 43% 가볍고, 알루미늄 합금보다 2배 강하다. 고강도와 내부식성, 고기능성 등으로 항공, 국방, 해양플랜트, 세라믹 산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또 인체에 거부 반응이 없어 의료 분야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는 만능 소재다. 경북도가 포항의 철강산업 구조고도화를 이끌 최적의 신소재로 타이타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타이타늄 산업은 미국, 러시아,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전 세계 타이타늄 소재 시장은 28조2천억원 규모이다. 2008년 대비 17% 증가했다. 최종 제품 시장은 2012년 기준 250조원이다. 2025년에는 600조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시장은 1조원 규모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 5대 타이타늄 수입국으로 매년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시험'장비 구축과 기술 개발 등 중간재, 부품, 완제품 등 하공정 분야에 걸쳐 선진국 대비 70~90%에 이르는 기술 수준을 확보했지만, 고부가가치화에 꼭 필요한 원료-소재화 경쟁력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지난해 12월 타이타늄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금속진흥원, 경북테크노파크, 포스텍, ㈜포스코, ㈜KPCM, ㈜메가젠 등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타이타늄 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했다. 타이타늄 산업 육성을 국가 프로젝트로 연계하는 동시에 국내외 타이타늄 기업을 유치해 본격적인 '포스트 철강시대'를 열기 위해서다.
◆포스트 철강시대 어떻게 열까?
타이타늄은 '원석→원천소재→중간재→부품가공→완제품→시험인증→리사이클링' 산업주기를 갖고 있다. 경북도는 이 같은 산업주기에 맞춰 포항의 타이타늄 소재를 중심으로 경주, 영천, 경산을 잇는 타이타늄 산업 벨트를 조성해 영천의 항공산업, 구미의 탄소섬유와 연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타이타늄 소재는 선진국에서도 엄격하게 수출을 규제하는 산업용 전략물자 품목 소재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한국형 타이타늄 산업 육성을 목표로 산'학'연 공동의 R&D(연구개발)와 사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김관용 경북도지사 주재로 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합동 대책회의에선 포스텍(학계), ㈜KPCM(기업),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와 포항, 구미, 경산, 영천 등 지자체가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원천 소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은 중간재와 완제품 경우 ㈜포스코, ㈜풍산, ㈜KPCM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발전 해수담수화설비, 국방, 의료 등의 타이타늄 산업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다. 기업수요 중심의 R&D를 통해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항공'국방'의료 등 고부가가치 타이타늄 산업 진입을 위한 시험인증은 앞으로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분야다. 현재 RIST에서 추진 중인 첨단산업 전략소재'부품 시험평가 기반구축 사업을 확대해 고기능 부품'모듈 성능평가 및 인증기반 구축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 지원과 인력양성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경북도 김호섭 창조경제과학과장은 "원료→원천소재→중간재→부품가공→완제품에 이르는 전 주기를 완성해야 경북 동해안이 글로벌 타이타늄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이타늄 밸리, 어떻게 조성할까?
우리나라는 타이타늄 소재'가공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타이타늄 특성상 생산과정에서 많은 양의 스크랩이 발생하지만(절삭가공은 실수율이 10% 정도) 일부만 제강용으로 활용한다. 대부분은 헐값에 외국에 팔리고 있다. 이에 경북도는 포항금속진흥원을 중심으로 스크랩 활용 고부가가치 타이타늄 리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한다. 이미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에 해당 기업을 유치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또 타이타늄 활용 분야가 항공'국방뿐 아니라 안경테, 골프채 등 고급 생활용품으로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합금타이타늄을 이용한 단조압연재, 극박재, 소비재 제조기술 개발 등 산업 전주기적 육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1천340억원 규모의 국가재정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포항 블루밸리, 경주 건천2, 영천 투자선도지구, 경산 지식산업지구 등 4개 시, 8개 지구 997만㎡를 규제 자유지역으로 추진한다. 타이타늄 잉곳 제조를 위한 진공용해로의 환경오염물질배출시설 제외, Ti 스펀지 수입관세 인하, 항공수리업 산업표준분류기호 부여 등 타이타늄 산업 규제를 없앤다.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유인책으로 국내외 타이타늄 기업에 본격적인 유치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미 경산의 ㈜KPCM, 경주의 ㈜이스트벨리Ti, 수도권의 ㈜MTIG 등 23개 기업이 2천372억원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달 11일 포스코와 경북도의 타이타늄 산업 육성 MOU 이후 많은 기업이 타이타늄 산업 진출을 노크하고 있다.
특히 구미와 경주에 있는 방위산업체와 지역의 스프링, 밸브, 단조, 절삭가공 등 자동차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기업이 신수종 사업으로 타이타늄 사업 진출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TP 등 연구기관과 함께 타이타늄 산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성수 경북도 창조경제산업실장은 "경북도가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중점 추진 중인 탄소섬유, 가속기 클러스터, 로봇 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며 "타이타늄 산업 육성에 경북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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