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복현동 81복현시영아파트 경로당. 재개발 논의가 오가는 누추하고 한적한 동네가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다. 성광중'고등학교와 대구청소년지원재단이 주관하고 대구시가 후원하는 벽화 그리기 봉사 '사랑을 그리다'를 위해 30여 명의 학생과 지도교사가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교복 위에 노란 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손과 얼굴에 페인트를 묻힌 채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얼룩진 벽을 하얗게 칠하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학생들은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다. 성광중 이재은(15) 군은 "내 손으로 낡은 건물을 새롭게 바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며 "완전히 새집처럼 보이도록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던 주민들도 색다른 광경에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작업을 지켜봤다. 길을 지나던 한 할머니는 "학생들의 취지도 좋고 밝은 기운을 오랜만에 느끼니 좋다"며 "작업 시간 동안은 경로당에 못 가겠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말했다. 평소 노인정에서 오후를 보내는 권월성(76) 씨는 "학생들이 좋은 일 하는데 더운 날 물도 한잔 못 줘서 미안하다"며 "30년이 넘어 고물이 다된 건물을 이렇게 새 단장을 시켜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보통 미술이라고 하면 여학생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남자 학교인 성광중'고생들은 반짝반짝한 눈으로 봉사에 임했다. 성광중 김선규(15) 군은 "오히려 오늘 활동 같은 경우 남자가 더 잘할 수 있다"며 "오랜 시간 팔을 높이 들고 페인트칠을 해야 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룩진 벽을 새하얗게 칠하고 나자 한 학생이 사다리 위에 올라가 홀로 밑그림을 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성광고 3학년 전윤성(19) 군은 "벽을 하얗게 칠하는 작업은 친구들이 하고 나는 섬세한 밑그림 작업을 위해 쉬고 있었다"며 웃었다. 전 군은 "미술이라는 특기를 살려 어르신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뿌듯함과 함께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는 시간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성광중 미술동아리 First Mover 양지혜 지도교사는 "봉사로 주변 이웃들과 정을 나누면서 본연의 미술활동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벽화 그리기도 공공미술의 하나인 만큼 앞으로도 사회적 활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류명규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환경이 열악했는데 재능기부를 통해 좋은 공간으로 바뀔 수 있었다"며 "경관 개선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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