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직무유기'라는 말을 듣고 있는 스타들이 있다. 배용준, 고소영, 원빈 등 오랜 공백기를 가지며 본업인 연기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이들이다. 사적인 소식이 실린 기사나 광고 등을 통해 꾸준히 대중에 노출되고 있지만 막상 연기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벌여놓은 사업 때문에 바빠서, 차기작 선정에 신중을 기하느라, 결혼 후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흔히 연기자들이 1년에서 2년 사이에 한 작품을 내놓고 공백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심지어 3, 4년에 한 작품씩 들고 나오는 케이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용준이나 고소영, 원빈의 긴 공백기는 이미 팬들이 이해해줄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린 상태다. 오죽하면 '은퇴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나 편하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원미경이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으로 14년 만의 컴백 신고를 마쳤고, 2004년 '대장금' 이후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이영애도 하반기에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를 들고 돌아온다. 배용준, 고소영, 원빈 등 세 명의 톱스타들은 언제쯤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일본에서도 잊힌 '욘사마' 배용준
#괜히 모험할 바에야…사업하는게 더 안전해
배용준이 주연으로 연기활동을 한 건 2007년 방송된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마지막이다. 그 후로 올해까지 9년간 연기를 하지 않고 있다. '태왕사신기' 이후 자신이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KBS2 TV '드림하이'(2011)에 출연한 적은 있다. 하지만 초반부에 잠시 모습을 보이며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는 특별출연에 불과했다.
연기활동을 쉬는 동안 배용준은 광고에 출연하고 자신이 실질적인 대표나 마찬가지인 소속사 키이스트를 이끌며 또 그 외 사업에 손을 대는 등 '본업 외'의 일을 하며 지냈다.
2011년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 및 전통이란 테마를 가지고 국내 곳곳을 돌며 기록한 내용을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지난해 걸그룹 슈가 출신 연기자 박수진과의 결혼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배용준이 손대고 있는 사업은 면세점, 식품, 화장품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사업가로서도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연기 복귀가 쉽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해볼 수 있다. 오랫동안 연기활동을 하지 않은데다 전작들이 줄줄이 '대박'을 터트린 터라 자칫 모험을 걸었다가 실패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 보장되는 작품이 아니라면 차라리 '성공적인 활동을 했던 톱스타'의 이미지를 잘 간직하며 사업에 집중하는 게 더 안전한 길이다.
지금도 멜로연기가 가능할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9년이란 긴 공백기를 가지는 동안 지쳐 이탈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느냐다. 일본에서도 이미 대다수 팬들이 과거의 '욘사마'를 잊힌 상태다.
◆9년째 연기활동 쉬고 있는 고소영
#결혼 후 육아에만 전념…기획사와 계약, 곧 복귀?
고소영 역시 배용준과 마찬가지로 9년째 연기활동을 쉬고 있다. 2007년에 개봉된 영화 '언니가 간다', 그리고 같은 해 방영된 SBS 드라마 '푸른 물고기'가 고소영의 마지막 작품이다.
두 작품이 흥행에서 '쪽박'을 차면서 고소영은 후속작을 잡지 못하고 CF 등 광고활동에만 매진했다. 2010년 장동건과 결혼해 화제의 중심에 섰으며 이후로 아이를 낳고 육아에 매진하며 연기활동 복귀가 어려워졌다. 그나마 결혼 전에는 'CF 스타'라는 이미지가 남아있었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광고계에서도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2012년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근황을 알려 '연기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그즈음 고소영이 영화와 드라마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정우와 동반출연하는 영화를 기획하는 등 연기자로 복귀하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걸었지만 아쉽게도 성사되진 않았다. 지난해에도 영화 '자유부인' 캐스팅설 등이 나오면서 연기 복귀 여부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김아중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킹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조만간 연기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연기자가 아닌 단순 '셀러브리티'로 굳어진 이미지를 어떻게 타파하느냐다. 매번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제기됐던 단조로운 표현력에 대한 문제도 고소영이 뚫고 가야 할 장애요소다.
◆스크린 대신 CF만 찍는 원빈
#골라도 너무 고르는 그…센 작품 아니면 안 쳐다봐!
원빈도 2010년 작 '아저씨' 이후 6년째 연기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커피 음료 등 광고활동에만 충실해 'CF만 찍는 연기자'란 말을 듣고 있다. 워낙에 몸값이 센 까닭에 고정모델로 나선 몇 편의 광고만 소화하면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을 터. 하지만'아저씨'로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는 등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연기 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여세를 몰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혔으면 좋았을 텐데 '아저씨'의 뒤를 이을 '센 작품'을 찾는 데에만 신경을 기울여 공백 기간만 늘렸다.
'신과 함께' 등 출연 여부를 두고 조율하다 불발된 작품도 여러 편이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에 잠정적으로 출연을 결정하고 기다리다 제작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매 해 원빈의 연기 복귀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고 그때마다 소속사 측에서는 "구체적으로 윤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출연할 예정"이라는 말로 팬들을 '희망고문'했다.
최근 해외 히트작 '스틸라이프'의 한국 리메이크판에 원빈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원빈 측은 "제안을 받은 건 맞는데 아직 출연 여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신중한 건 알겠는데 이 정도면 '골라도 너무 고른다'는 원성을 들을 만하다. 원빈과 결혼한 이나영도 2012년 작 '하울링' 이후 연기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쉬지 않고 활동하는 황정민·송강호·하정우
#연기는 내 직업인데…계속 배우니까 배우잖아!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위 세 사람의 경우 연기활동 자체보다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 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송강호, 하정우, 황정민, 설경구 등 충무로 대표급 배우들이 쉬지 않고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더 뚜렷하게 비교된다.
앞서 하정우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영화 만들고 연기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서"라며 공백 없이 활동하는 이유를 밝혔고, 황정민 역시 "연기하는 게 내 직업이니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오히려 "회사원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연기활동을 하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송강호나 설경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병헌도 충무로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최악의 스캔들을 일으키고 사실상 복귀가 힘들어진 상황에 처했을 때도 오롯이 연기력으로 정면돌파해 '연기 하나는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연기를 잘한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용서받고 영화계에서도 '필요한 인물'로 인정받았다.
그러니,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며 본업에 복귀하지 않는 스타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인지 그 의도에 부정적인 견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연기자라고 오로지 연기만 하며 사는 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고, 꾸준히 입맛에 맞는 작품을 골라 연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다만 작품 고르는데 6년씩, 9년씩 걸리는 건, 좀 심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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