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마구잡이 국감 증인 채택, 고질병 도진 20대 국회

국정감사 증인을 무더기로 부르는 국회의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 오는 26일 시작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8일 현재 13개 상임위에서 2천919명의 증인이 채택됐다. 이런 추세라면 아직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안전행정위 등 16개 상임위 전체로는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의 4천175명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도 19대 국회와 도긴개긴이다.

국감 증인의 무더기 채택은 부실 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양적으로는 사상 최대였지만 질적으로는 사상 최악이었다. 정해진 국감 기간 내에 4천175명 모두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질의답변 시간 대부분을 지겨운 '장광설'로 허비했다. 그러다 보니 증인의 답변 시간은 1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증인에게 듣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할 국감이 국회의원 개인의 얼굴 알리기 기회로 변질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증인을 죄인 취급하며 호통치고 인격적 모욕을 주는 경우도 숱했다. 국감을 하는 것인지 인민재판을 하는 것인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국감은 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20대 국회 첫 국감의 무더기 증인 채택은 이런 구태를 되풀이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 물론 증인 가운데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 등 국민적 의혹 사건이나 기업 부실 책임의 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국감을 제대로 하려면 이들처럼 꼭 필요한 경우로 증인의 범위를 좁히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도 국감 증인 채택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인 등 민간인에 대해서는 특히 그래야 한다. 국회가 결정하면 그 누구라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국회가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이런 구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이런 요구는 해마다 제기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20대 국회는 이런 악순환을 끊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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