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 야망이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차원으로 드러나면서 미국이 불가피하게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망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2년 전만 해도 다분히 경제, 외교적 혜택을 흥정하고 힘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상징으로 간주됐으나 2014년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가속화하면서 이제는 핵탄두의 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소형화 수준으로 진전한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비확산 문제 연구기관 군축협회(ACA)의 켈시 데이븐포트 비확산담당관은 현 시점에서 북한은 한국과 일본 및 지역의 미군시설에 도달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면 추가로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은 지난달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발사와 이번 주 사거리 1천㎞의 신형 알루미늄 동체 스커드 미사일 발사에 뒤이은 것이다. 데이븐포트는 "이 모든 활동이 북한 핵 군비 규모와 이동수단의 확대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서 "보다 신속한 배치를 위해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사거리를 늘리는 등 미사일의 질적 개선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궤적이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을 지적하고 있으며 차기 미 행정부는 이 위협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몬테레이 소재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이 올 1월 4차 핵실험을 '시험용'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나 이번 5차 실험은 미사일 운반에 맞춰 조립된 탄두의 대규모 폭발임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루이스는 "우리가 그들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억지와 격퇴이며, 따라서 김정은은 사담이나 카다피처럼 우리가 오고 있는 것을 가만히 앉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지역에 군을 투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장으로 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 군대가 집결할 항구를 타격하면 우리가 충격을 받아 중단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이 체제변화(레짐체인지) 위협에 집착할 경우 역내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핵 프로그램의 추가 확대 전 북한에 대한 사전 공격주장을 촉발하는 등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 사무소의 마크 피츠패트릭 소장은 "이번 실험은 지역 긴장을 악화할 것이며 대응전력의 필요성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면서 "대부분 한국인은 독자적인 핵무기를 원할 것이며 보다 많은 일본인은 공세적인 타격 능력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븐포트는 그러나 이러한 '가열'에 따른 부작용은 지대할 것인 만큼 당분간은 역내 확산은 자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개발을 선택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배제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이 이를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와 루이스, 피츠패트릭은 모두 북한의 예상 외 군사적 진전으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에 복귀하는 외별 선택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이제 북한을 견제하는 비용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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