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핵, 더 이상 유엔 제재에만 기댈 수 없다

북한이 9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핵실험 4시간 만에 국제사회를 향해 핵실험 사실을 자랑까지 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지 8개월 만이고, 정부가 유례없이 강력하다고 강조했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6개월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과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과 북핵 포기를 공조 압박하던 때였다. 북의 막무가내식 극한 도발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현실이 된 북핵 공포를 머리에 이고 살게 생겼다.

무엇보다 핵실험 주기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북은 지난 2006년 10월 첫 핵실험 후 대략 3년 전후로 핵실험을 해왔다. 2차에서 3차 핵실험까지는 3년 9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 출범 후 4차 핵실험은 2년 11개월로 단축됐고, 이번에는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년 만에 두 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핵실험 주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북핵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북은 당일 "핵탄두를 표준화, 규격화했다",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해 이를 뒷받침했다. 북이 마음먹은 대로 핵폭탄을 제조, 배치하는 상황은 소름 돋는 일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즉각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유례없이 강력하다고 강조했던 지난 유엔의 대북 제재 속에서도 북이 과시하듯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은 유엔 제재 이상의 대안이 필요함을 웅변한다. 그동안 핵실험 때마다 대북 제재를 해왔지만 북은 아랑곳없이 필요로 할 때 핵실험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어떤 요구에도 북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이번 핵실험으로 분명해졌다.

우리로서는 유엔 제재에만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선임 연구원은 "북 정권이 생존에 위협을 느껴야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란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북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시도하든지, 정권을 흔들어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 나오는 핵무장론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는 이미 핵무장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만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것은 불안하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핵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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