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싱글턴

미국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책 '고잉 솔로'(Going Solo)에서 현대 사회를 '싱글턴 소사이어티'라고 정의했다. 싱글턴(singleton)은 모든 1인 가구를 총칭하는 용어다. 미혼자나 비혼자, 이혼 후 재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 법적으로 결혼을 인정받지 못한 동성연애자 등의 이유로 홀로 사는 사람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나홀로 가구라고 부르는 싱글턴은 'single'에 'ton'을 붙인 조어로 ton은 최신 유행이나 상류사회, '~한 사람'의 뜻을 가진 접미사다. 현대 가족제도가 소가족, 핵가족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런 용어가 생겼다. 1인 가구 증가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학자들은 여성 지위 상승, 대도시화, 통신 발달, 수명 연장을 4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

복지국가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47%에 이른다. 수도 스톡홀름은 무려 60%다. 미국의 경우 홀로 사는 인구가 3천300만 명으로 전체 가구의 28%에 이르고, 일본 도쿄시 가구의 45%가 1인 가구다. 선진국과 대도시일수록 1인 가구가 보편화하면서 말 그대로 싱글턴 사회라는 용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모두 520만3천 가구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전체 1천911만여 가구의 27.2%를 차지해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구성이 됐다. 전체 797만 가구 중 38만3천 가구(4.8%)에 불과했던 1980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2035년에는 3가구 중 1가구(34.3%)가 1인 가구로 전망한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이질적인 사회 형태가 아니다. 사회구성체의 급속한 변화라는 점에서 이에 따른 의식주 환경이나 제도'정책 개선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확산이 미혼 요인보다는 고령화 요인이 더 크다는 진단에서 볼 때 취업과 이혼, 배우자 사망 등 싱글턴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 복지 혜택의 다양화나 사회안전망 정비가 급하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현실적으로 1인 가구를 특별히 더 배려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소외되는 일은 없도록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 만약 혼자 산다는 이유로 각종 복지 혜택에서 배제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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