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폭력 참다 못해…우리 아들 숨졌다"

대구 한 고교 학생 장례식…유가족 영구차 막고 절규, 5시간만에 사과 받고 풀어

9일 오후 대구 모 고등학교 A군의 유족들이 발인 장소로 가기 전 학교를 찾아 교장과 담임교사를 만난 후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9일 오후 대구 모 고등학교 A군의 유족들이 발인 장소로 가기 전 학교를 찾아 교장과 담임교사를 만난 후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9일 오전 수업 중인 대구 동구 모 고교 운동장에서는 영구차를 사이에 두고 '슬픈 공방'이 벌어졌다.

학교폭력으로 아들 A(19) 군이 자살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가 학교 운동장에 영구차를 정차시킨 뒤 학교 측의 사과를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자살 원인이 학교폭력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맞섰다. 양측의 대립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학교 측은 임시 휴교령을 내려 학생들을 하교시켰고 무려 5시간 동안 영구차를 사이에 두고 '사과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A군의 어머니는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참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것"이라며 "같은 학교에 다니는 B군이 괴롭힌다는 말을 듣고 담임교사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학교 측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A군의 친구인 C군은 유족과 학교 측 관계자의 면담장에 찾아와 "B군이 A군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해 학교에 알리지 않아 학교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고 B군이 괴롭혔는지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버텼다.

끝없는 공방 끝에 유족들이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사과를 하면 장례를 진행하겠다'고 제안하자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여 교장과 담임교사가 A군 영정 앞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순간 A군의 어머니는 눈물을 터뜨리며 "이제 여기 안 와도 돼, 무서웠던 곳 안 와도 돼"라며 영정을 들고 학교를 빠져나갔다.

양측의 공방을 지켜보던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오늘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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