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물관은 선생님] 대구 방짜유기박물관

구리와 주석 황금비율, 합금의 원리 알아볼까

방짜유기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온 학생들이 징, 꽹과리 등 방짜기법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해보고 있다. 방짜유기박물관 제공
방짜유기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온 학생들이 징, 꽹과리 등 방짜기법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해보고 있다. 방짜유기박물관 제공

대구 팔공산에 있는 방짜유기박물관에서는 방짜유기의 제작 과정을 통해 합금의 원리를 생생하게 배워볼 수 있다.

방짜유기는 '두드리다'의 순우리말인 '방짜'와 '유기'가 합쳐진 말로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불에 달구고 두드려서 만든 그릇이다.

전통 방짜유기는 구리 78%, 주석 22%의 비율을 정확히 계량해 제작한다. 전 세계 어느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 비율'기술은 우리만이 보유한 문화유산으로 옛 선조들의 지혜의 결정체다.

타악기로 쓰일 만큼 단단한 방짜유기의 성질은 서로 다른 금속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한 데서 비롯됐다.

구리는 녹는점이 1천84.62℃로 높아 제련 과정에서 연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합금하면 단단해지는 성질을 갖는다. 반면 주석은 녹는점이 231.93도로 다른 금속(아연 419도, 철 1천530도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 주석은 높은 열에는 강하기 때문에 달궈진 상태에서는 모양만 변할 뿐 망치로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다. 즉 합금을 통해 제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용융구간을 낮춰 제련 과정에서 드는 연료를 절약하는 방안까지 고안한 것이다.

박일환 대구시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 장학사는 "녹는점과 강도가 다른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면 원래 금속이 갖고 있던 성질이 변해 각 금속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며 "구리와 니켈을 합금해 만든 백동,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 역시 각각 은빛, 금빛을 띠어 장신구로 널리 쓰였지만, 중금속이 나오는 만큼 식기로서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짜유기박물관에서는 옛 유기 제작자들이 늘 외우고 있었던 '작근법'(作斤法)도 재미있게 배워볼 수 있다. 작근법은 '1냥=0.0625근' '2냥=0.125근' ''3냥=0.1875근' 등 유기 제품의 가격을 매길 때 쓰던 공식이다. 현재는 유기 제품의 가치를 환산할 때 ㎏을 이용하지만 과거에는 모든 거래를 작근법으로 계산했다. 유기 제작자는 이를 토대로 자신이 만든 제품의 가격을 매기곤 했다.

방짜유기의 살균 기능 역시 스테인리스, 사기 등 다른 재질의 그릇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한 기능이다. 방짜유기에 들어간 구리가 병원성 대장균 등에 대한 살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호 방짜유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방짜유기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수천 번의 손이 갈 정도로 공이 많이 들어간다"며 "조상의 얼이 녹아있는 방짜유기에 대해 청소년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키워드-대구 동구 도학동에 있는 방짜유기박물관은 2007년 5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짜유기를 테마로 문을 연 전문박물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이봉주 유기장이 평생 수집'제작한 방짜유기 1천4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대구와 경북은 안성, 익산 등과 함께 방짜유기의 오랜 역사가 보존된 곳이다. 대구에서는 1800년 이전부터 유기를 만들었다는 문헌이 있다. 특히 봉화읍 삼계리 일대에서는 1840년부터 유기 제작을 전문으로 동네가 형성돼 안성과 함께 주물유기 생산지로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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