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진해운 사태, 급한 불부터 끄고 차후 책임 엄히 물어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이 계속되면서 우리 기업의 제품 운송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 미국 법원이 '임시보호명령'을 판결해 미국 입항 화물 하역이 재개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한진해운 선박 91척이 각국에서 입항과 반입 거부로 선적'하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적이 급한 화물의 경우 항공 등 대체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나 추가 비용에다 한진 사태에 따른 해운 운송 비용까지 덩달아 오르는 등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지역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수출화물 무역애로 신고센터'에 따르면 9일까지 모두 256개사 258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신고된 화물 피해 금액도 1천억원을 넘겼다. 현재 각국 항구에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에는 총 140억달러 규모의 화물이 실려 있는데 지난해 기준 우리 수출 화물 비중(10.7%)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

물류 혼란이 커지자 한진그룹은 10일 담보 선취득 조건으로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조양호 회장도 사재 400억원을 13일까지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용선료와 항만 이용료 등 연체금이 6천300억원에 달해 고작 1천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물류 혼란의 가능성을 간과해 사태를 키운 정부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정부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 등 근본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가 국가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법정관리에 대비하지 않고 '배 째라'식의 태도를 보여온 한진해운도 문제지만 위기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한진해운에 대해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국가 이미지 손상과 대외무역 피해 등을 감안해 정부가 우선 운송'하역 정상화와 대체선박 확보 등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순서다. 그런 뒤 단계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 사태가 완전 해결되도록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과 기업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사태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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