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힐러리 건강이상설' 50여일 앞둔 美대선 최대쟁점 부상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9·11테러 추도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그의 건강문제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조짐이다.

대선후보의 건강 문제는 워낙 민감한 이슈인 데다가, 그동안 끊임없이 클린턴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서 이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며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11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9·11테러 15주기 추도식 도중 어지럼증세를 보여 황급히 자리를 떴다.

특히 부축을 받으며 도로 옆 기둥에 몸을 의지하던 클린턴은 도착한 차량 쪽으로 몸을 옮기려 했으나 왼쪽 무릎이 풀리면서 중심을 잃고 두 차례 휘청거렸다. 이 모습은 한 시민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됐고, 곧바로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미전역에 퍼졌다.

클린턴은 딸 첼시의 집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나와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그동안 트럼프 진영이 명확한 근거 없이 제기해온 건강이상설 공세에 "괴상한 전략"이라고 일축해 왔으나,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해졌고, 또한 그의 건강 문제는 이날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선쟁점으로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는 추도행사를 마친 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당장은 말을 아꼈다.

클린턴이 대선 기간 건강 이상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5일 클리블랜드 유세에서 그는 2분가량 기침이 멈추지 않자 "트럼프를 생각하면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농담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클린턴에 편향된 미 언론이 클린턴의 건강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클린턴은 특히 지난 7월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연방수사국(FBI) 대면조사 당시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국무부) 보고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리인격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주류언론이 증거를 감추고 있다.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 '클린턴 질환'이라고 검색해 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캠프 인사들은 "클린턴이 실어증을 앓고 있다"거나 "은밀한 질환이 있다"고 공개 발언을 하는 등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해왔다.

트럼프도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두 사람 모두 의료기록을 공개하자.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 힐러리는…"이라는 글을 올리며 직접 의혹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에 클린턴은 ABC방송 프로그램 '지미 킴멜 쇼'에 나와 피클 캔 뚜껑을 따 보이며 건강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 트럼프는 70세, 클린턴은 다음 달 69세가 되는 등 두 후보 모두 역대 최고령 대선후보에 속한다.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69세 341일·취임기준)을 웃돌거나 거의 육박하게 된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건강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고조돼 있지만, 두 후보는 아직 상세한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기록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위장병 전문의의 진술이 담긴 4문단 길이의 짧은 기록을 공개한 게 전부다. 거기에는 트럼프 혈압이 정상이며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는 진술이 들어있다.

클린턴도 작년 7월 트럼프보다는 상세하지만 2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2012년 12월 겪은 뇌진탕 정보 등이 담겼으며, 클린턴 주치의는 "4년 전 겪은 건강문제가 두 달 안에 해결됐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에서 밋 롬니에 이르기까지 역대 공화당 후보들은 대선 투표일 몇 달 전에 상세기록들을 공개했다. 특히 존 매케인 후보의 기록은 1천100쪽에 달했다.

또 민주당의 앨 고어와 존 케리 후보는 대선 기간 자신들의 건강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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