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스포츠는 워낙 가리지 않고 좋아했던지라 요즘은 이종격투기라는 경기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싸움이지 무슨 스포츠인가 했지만, 극한을 오가는 훈련과 두 사람의 물러서지 않는 투혼이 담긴 경기, 그리고 서로의 존경과 예를 다하는 경기 후의 모습에 흠뻑 매료되었습니다. 보통 3라운드로 진행되는데 워낙 박빙의 경기가 많아서인지 마지막 라운드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경기가 자주 펼쳐져, 경기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합니다. 3라운드에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70세에도 이르지 못한 시대에는, 인생 초반기 20∼30년 교육받으며 준비해 20∼30년 일했습니다. 그 이후는 은퇴 생활이라 해서 그냥 조용히 인생 후반기를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주기였습니다. 그러나 인생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오늘날은 어떠합니까?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슬릿은 인생을 3단계로 구분하며, 은퇴 후 건강한 삶의 기간을 제3기 인생으로 칭하고 '자기 성취의 시기'라고 했습니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은퇴 후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노인들이 건강하고 활동 가능한 상태의 제3기 인생을 길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시대의 노인들이 현역으로 일했던 30~40세 시기는 산업화시대였고, 이들은 우리 가족과 사회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다 보니, 막상 제3의 자기 성취 시기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그것들을 찾기는 쉽지도 않습니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무료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도 많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처해 있는 노인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아울러 국민이 개인적으로 후반기 인생을 준비하도록 하는 데는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후 준비 프로그램과 노후 적응 및 자기개발을 위한 제3기 인생대학 등의 프로그램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1999년 세계 노인의 해 기념식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어내는 과정"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은퇴는 지금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원하는 새로운 일을 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링 위에 있습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상대도 여전히 있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힘과 능력과 열정이 있습니다. 한 번 더 있을 연장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3라운드에 접어들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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