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깨끗한 대구, 쓰레기 줄이기] ⑤쓰레기도 자원이다

종이팩 100% 재활용하면 年 650억원 수입대체 효과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해동자원은 북구와 수성구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분류한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35~45t의 재활용품을 분류해 자원으로 재탄생시킨다. 서광호 기자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해동자원은 북구와 수성구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분류한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35~45t의 재활용품을 분류해 자원으로 재탄생시킨다. 서광호 기자

쓰레기도 가려 버리면 자원이 된다. 재활용품을 가정에서 잘 분리해 내놓으면, 이를 거둬가 분류와 가공 과정을 거쳐 다시 원료로 사용한다. 재활용품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구도 분리수거함을 확대'보급하고 단독주택에는 문 앞 통합배출을 도입했다. 하지만 원룸 등 새로운 주거'가구형태로 인해 재활용 배출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이 재활용 가능하고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홍보와 교육, 주민의 실천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쓰레기에서 자원으로

5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해동자원. 수성구와 북구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분류하는 이 업체로 1t과 2.5t의 화물차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화물차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골목을 돌며 거둬들인 재활용품 포대를 집하장에 한가득 내려놓았다. 페트병과 플라스틱, 알루미늄캔 등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고, 그 사이로 재활용품 배출이 금지된 깨진 유리 소리도 들렸다.

이날 거둬들인 포대들이 3, 4m의 높이로 쌓여 있었다. 직원들이 포대를 하나씩 풀어서 컨베이어 벨트로 옮겼다. 어지럽게 섞인 물품들을 컨베이어 벨트로 올려 분류작업을 했다. 10여 명의 직원이 선풍기에 의지한 채 굵은 땀을 흘렸다. 이들은 손을 바삐 움직여가며 쓸 수 없는 쓰레기를 골라냈고, 이어 플라스틱, 페트병, 비닐 등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가려냈다. 가려낸 물품들은 압축기로 옮겨졌다. 페트병과 비닐 등은 고압으로 압축되고, 스티로폼은 고열로 녹여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었다.

해동자원이 화물차 18, 19대로 하루에 수거하는 물량은 월'화요일에 각각 45t이고, 수~금요일은 35t 정도다. 특히 최근 들어 물량이 늘고 있다. 한 달 평균으로 2013년 700t이던 것이 2014년과 지난해는 각각 800t과 900t이었고, 올해는 1천t에 달한다. 이 중 쓰레기를 가려내고 플라스틱과 금속, 유리병, 비닐 등 6~8개 품목별로 분류'압축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 되판다.

해동자원 관계자는 "월요일처럼 물량이 많은 날에는 수거 시간이 10~12시간가량 소요되는 등 각 가정에서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통해 분류작업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각종 이물질 탓에 버려지는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점점 늘어나는 재활용

대구의 재활용은 꾸준히 늘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4년 하루 평균 재활용품량은 833t으로 이전해보다 17.8t(2.2%)이 늘어나는 등 2005년(733t) 이후 10년 동안 13.6%가 증가했다. 2008~2009년과 2011~2012년 사이 잠깐 감소하긴 했지만 매년 적게는 2t에서 17t에 이르기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종류별로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종이류가 전체 재활용품의 32.5%인 271t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유리병류가 14%인 117t으로 집계됐고, 합성수지류(91t)와 고철류(89t), 플라스틱류(88t), 캔류(53t), 가구류(25t) 등이 뒤를 이었다.

폐의약품 회수처리도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회수된 폐의약품은 모두 2만2천49㎏으로, 2014년 1만9천467㎏에 비해 13.3%가 증가했다. 특히 8개 구'군청 중 수성구가 같은 기간 4천230㎏에서 6천630㎏으로 56.7%나 회수량이 늘었고, 남구(36.8%)와 서구(33.9%), 북구(29%) 등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분리수거함이 보급되고 홍보'교육이 이뤄지면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점차 자리를 잡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도 내려가면서 재활용품의 가치가 하락한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고물상 등 민간 부문에서 수거해가는 재활용품이 줄다 보니 일반 배출로 내놓는 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원룸 등 거주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재활용의 첫걸음, 제대로 된 분류

재활용품 분리 배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무엇이 재활용품인지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현장에서 수거를 맡은 사람들은 "음식물이 묻은 것은 재활용할 수 없고, 깨진 병이나 사기'유리그릇은 배출하면 안 되는데도 버젓이 내놓는다"며 "심지어 고의적으로 재활용품 안에 일반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특히 여러 재활용품 중 종이팩과 형광등, 건전지, 스티로폼 등은 배출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선 종이팩은 종이와 구별해야 한다.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달리 수입에 의존하는 고급 천연펄프로 만든다. 100% 재활용하면 연간 65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20년생 나무 130만 그루를 살리는 것과 같다. 배출 때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후 말려서 일반 종이와 분리해 버려야 한다.

형광등은 깨트려 버리면 안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형광등 안에는 유해물질인 수은이 1개당 25㎎가량이 함유돼 있다. 깨트리면 수은이 공기 중으로 노출돼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가정에서 내놓으면 지자체에서 수거'운반해 재활용시설로 보내 처리한다.

건전지는 반드시 가려버려야 한다. 일회용 건전지와 충전지는 가까운 폐전지 수거함이나 지정된 장소에 별도로 버려야 한다. 아파트와 주택에선 가까운 폐전지 수거함에 넣고, 수거 문의는 각 구'군청 해당 부서로 요청하면 된다.

각종 제품의 완충재나 포장재로 사용되는 스티로폼은 제품 구입처로 반납하거나 내용물을 비우고 이물질을 제거한 후 배출해야 한다. 비닐이나 종이로 된 라벨을 떼야 하고, 컵라면 등 일회용 용기는 음식물이 묻어 재활용이 안 된다.

재활용품 수거업체 관계자는 "명절이 되면 재활용품 배출이 폭증한다. 집안정리'청소 후에 내놓는 것과 각종 선물 포장재 등이 쏟아져 나온다"며 "가정에서 종류별로 잘 분류하고 재활용이 안 되는 것은 일반 쓰레기로 배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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