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간 집에서 차례'…경주시민들 추석에도 지진 걱정

15일 추석을 맞은 경북 경주시민들은 고향을 찾은 가족·친지 등과 차례상에 둘러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진 피해 등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지난 12일 규모 5.1∼5.8 지진이 잇따라 주택 담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난 경주에서는 최근까지 규모 1.5∼5의 여진이 300회 이상 이어졌다.

이번 강진의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에 사는 박해수(65)씨는 이날 오전 80대 노모와 동생 등과 천장 등 균열이 난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박씨는 이번 지진으로 옥상 난간이 무너지고 물탱크가 파손되는 등 피해도 입었다.

박씨는 "지진 때문에 집이 흔들려 형광등과 선풍기 등이 마구 떨어졌다. 정말로 집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지난번보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동생 박상수(50·부산시 진구)씨는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어머님과 형이 많이 불안해해서 걱정이 크다"며 "정부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경주 지역 다른 곳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해 경주에 온 서윤정(39·여)씨는 "친척들을 보자마자 한 첫 인사가 '지진에 별 이상 없느냐'는 것이었다"며 "밤에 자는 데도 여진이 느껴져 차례를 지낸 뒤 음복할 때도 다들 지진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손태식(70·포항 효자동)씨는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느 집에는 담이 무너졌고 어느 집에는 물건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담이나 기와가 파손된 집은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함께 걱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을 찾은 귀성객들도 가족 등과 만나 지진 피해가 없었는지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오전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시댁을 찾은 최모(38·여)씨는 "혼자 살고 계신 시어머니께서 아직도 지진 때 겪은 일을 무서워 하신다"며 "가끔씩 속이 메스껍다는 증세를 호소한다"고 전했다.

이번 강진으로 경주에서 발생한 재산상 피해는 4천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주시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재난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16일 경북도·군부대·자원봉사단체 등 1천350명을 동원해 응급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