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픈 영혼에게 들려주는 49편의 영화 속 '긍정의 힘'…『영화의 심장소리』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는 것, 이것은 나름의 상담심리, 마음의 치유였다"

영화글 모음집
영화글 모음집 '영화의 심장소리'를 펴낸 김은경 씨.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영화의 심장소리/김은경 지음/따스한 이야기 펴냄

영화 속 인물들의 마음 변화를 읽고 쓴 영화글 모음집이다. 저자 김은경의 표현대로라면 영화의 '심장소리'를 듣고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영화의 외연이 어떤지는 차치하고 내면으로 오감을 향했다. 이 책에서 다룬 영화 49편의 공통점은 '세상이 살 만하구나' 하고 긍정적인 힘을 준다는 것이다. 저자가 영화를 선정한 기준이 이색적이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런 영화 분류 및 영화글쓰기를 시도한 것일까.

◆영화의 치유 효과에 주목

"책 제목은 이 책에 실린 글 '타인의 심장 소리 듣기'에서 다룬 영화 '스턱 인 러브'(Stuck in Love, 2012)의 명대사가 모티브가 됐어요. 극 중 작가 윌리엄은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작가란 타인의 심장소리를 듣는 자'라는 말을 인용해요. 작가란 바로 그걸 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도 영화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어요."

저자는 내면의 소리, 즉 심장소리가 나는 영화를 살아있는 삶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로, 그렇지 못한 영화를 죽은 삶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로 구분했다. 다시 말하면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어둠만을 노래하는 영화는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고 해도 자신의 영화글쓰기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연유는 저자의 지나온 글쓰기 삶에서 찾을 수 있다. 영남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시절 연극배우(천마극단)로도 활동한 저자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글쓰기에 관심을 보였다. 관심은 곧장 재능을 드러냈다. 시며 수필이며 노랫말이 잡지에 곧잘 뽑혔다. 영화를 좋아해 영화감상문도 썼다. 영화진흥공사 주최 감상문 공모에 당선되기도 했다. 이후 저자는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당선돼 문인의 길도 걷게 됐다. 영화글쓰기도 계속 이어나갔다. 저자의 관심은 인간의 심리로도 향해 있었다. 심리학 공부에 빠져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글, 영화, 심리학. 저자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빠져든 것이 본격적으로 합쳐진 것은 영화감상 모임에서였다. "영화를 보고 가까운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됐어요. 그것은 나름의 심리상담이었습니다. 마음의 '치유'가 이뤄졌거든요."

저자는 이걸 영화글을 모은 책을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딸에게, 아들에게, 부모에게 추천하는 영화

영화글을 모은 이 책의 목적은 '위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책 제목 '영화의 심장소리' 앞에 붙은 부제가 '아픈 영혼에게 들려주는'이니까. 저자는 또 하나의 부제를 언급했다. '사랑하는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이다. 저자는 영화의 치유의 힘을 믿는다. 소중한 사람, 바로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힘이다.

"20대 딸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요. 품 안에서 키우던 때와 달리 홀로 삭막한 곳에서 메마른 삶을 살고 있을 딸에게 저의 영화글을 모은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여린 아이였는데, 어른이 되더니 씩씩한 척하는 딸이 안쓰러웠어요. 마침 딸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 책을 계기로 딸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세상의 어둠이 아닌 빛을 더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저자에게는 대학생 아들도 있다. 아들에게 선물하고파 쓴 영화글도 책에 수록돼 있다. '동주'(2015)를 보고 쓴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등 청년들의 아픔을 그린다. "요즘 청년들이 많이 아픕니다. 다들 누군가의 자식이지요. 옛날 젊은이들도 아팠습니다. 특히 시대가 어두워 더욱 아팠을 것인데, 그래도 젊음이란 아름다운 것이죠."

엄마로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추천하고픈 영화도 소개했다. '미라클 벨리에'(The Belier Family, 2014)다. 이 영화를 보고 저자는 '꿈을 향해 날아 오르다'라는 글을 썼다. 영화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과 세상의 연결고리이지만, 노래에 재능을 발견해 결국 가족을 떠날 수밖에 없는 딸 폴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부모가 자식을 세상에 떠나보내는 내용을 그려요. 언제가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때 아파하는 부모가 참 많아요. 또한 자식을 떠나보내려 하지 않는 부모도 많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자식은 부모를 떠나야 해요. 또 부모는 자식이 험난한 세상에서 넘어지고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낼 때 오히려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그때, 자식과 부모는 함께 성장합니다."

◆영화를 통한 인간과 인간의 내면 잇기

이 밖에도 책에는 영화를 통해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 또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영화글들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단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자는 겁니다. 장면이나 대사가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영화의 심장소리가 들릴 때입니다. 그런데 이 소리는 사람마다 달라요. 그래서 우리는 같은 영화를 봤더라도 서로 다른 대화를 영화와 나눌 수 있는 겁니다. 이때 얻은 느낌과 생각을 가까운 사람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소통을 통해 아픔과 슬픔은 줄어들고 기쁨은 커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2편도 준비하고 있다. 외국 영화 위주인 1편에 비해 한국 영화를 많이 다룰 예정이란다. 가을에는 자신의 동시와 김은기 화가의 그림이 어우러지는 그림책 '머리카락 보일라'를 펴낸다. 또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다루는 동화도 계획하고 있단다. 186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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