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빈곤 탈피와 안보 수요에 대응하는 국가적 선택으로 경제 및 정치행정의 중앙집권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했고, 그 결과 세계에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둘 다 달성한 모범으로 꼽히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국가경영 방식은 날로 복잡'다원화하는 환경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지방분권 중 가장 핵심 논란은 재정분권 문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정도인데 실제 재정 사용액은 국가와 지방이 대략 4대6으로 중앙 의존이 심각하다. 우리 지역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원하는 보조 사업에 재원을 우선 투입해야 하는 구조도 여전하다.
몇몇 학생이 모여 자장면을 시켜먹으려던 참에 선생님이 나타나 치맥을 주문한 경우, 누가 치맥 값을 내야 하는가? 한국의 지방재정에서는, 선생님이 주문만 하고 사라지거나 자장면 값 이상을 학생들더러 더 내라 강요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로서는 돈을 더 낼 줄 알았더라면 자장면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터인데,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왜곡돼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 일부터 큰 덩어리까지 차근차근 실천해야 한다. 그간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중앙-지방 협력회의, 국회 지방분권위원회의 상설화 등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사안 즉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일원화, 자치경찰제 확대,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 이양, 지방일괄이양법안 제정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최근 경북대 김석태 교수는 공동세 재원을 바탕으로 하는 수평적 재정조정제도, 즉 재원의 배분 권한을 국가가 아니라 지방협의체에 주는 혁신적 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구는 2000년대 이후 지방분권운동의 발상지이다. 우리의 지방분권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라는 보석함에 들어 있는 '잘 엮인 구슬목걸이'가 돼야 한다. 갈 길이 멀지만, '나라 전체의 IQ를 높이는' 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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