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법 적용 대상인 공직사회와 교육계, 의료계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만한 약속은 아예 잡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도 법이 허용하는 절차를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법 시행 초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짝 엎드리겠다는 분위기로 인해 업무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청탁이 관행화된 공직사회 문화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공직사회, "28일 이후 약속이 하나도 없다!"
공직사회는 저녁식사나 술자리, 골프 약속을 아예 잡지 않고 있다. 약속을 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내부 직원들 간의 약속이 대부분이다. 골프가 접대로 분류된 탓에 외부 인사와의 라운딩은 아예 취소하고, 직원들끼리 퍼블릭 골프장에서 각자 비용을 내고 라운딩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대구시 한 간부 공무원은 "골프는 내 돈 주고 쳐도 눈치가 보이니까 횟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 시행을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문화를 바꾸자는 공무원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저녁식사나 골프 등 약속을 보통 2, 3주 전에 잡는데 현재는 28일 이후 약속이 하나도 없다"며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만나자는 사람도 없고, 먼저 약속을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들도 처신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형사처벌 주체가 자칫 형사처벌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활동을 주로 하는 검'경 관계자들은 제약이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정보담당관은 "김영란법이 앞으로 정보 수집 활동에 큰 제약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청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경 고위직들은 관변단체 회원들과의 만남도 주저하고 있다. 공식적인 만남 외에는 아예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약속을 하더라도 저렴한 식당 등을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공식 행사 후 통상적인 수준의 식사로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교육계, "음료수도 안 받아요"
대학병원 의사들도 잔뜩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경북대병원 경우 공직 유관단체에 해당돼 파견'용역업체 직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김영란법에 적용된다. 계명대 동산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사립대병원도 교직원은 모두 대상자에 해당된다.
의사들은 외부인과 약속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 직원들과 사석에서 만나거나 진료과 회식에 제약업체 직원이 동석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 단속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래된 친목 모임도 직무 관련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중단하는 등 위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동료 의사가 협력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직무 관련자로 인정될까 봐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 많아 '저녁이 있는 삶'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제자 혹은 학부모가 감사의 표시로 교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것도 부정청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옛 제자가 주는 선물은 물론 현장 체험학습에서 학생들이 건네는 음료수도 일단은 거절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대학 시간강사들은 관행처럼 이어진 교수 식사 대접이나 간단한 명절 선물을 주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11년째 활동하고 있는 정모(39) 씨는 "명절이면 교수에게 시가 10만원 안팎의 양주나 선물을 건넸는데 이젠 안 될 것 같다"면서 "시간강사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시선이 강해 몸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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