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들 "고교에 학교자료 내놔라"…학생부 전형 지원자 평가 이유

주요 사립대·거점 국립대 공문…고교 "시간 빠듯 공공연한 갑질"

대학들 고교에 학교 자료 제출 요구 '갑질'…추석 연휴도 반납

대구 수성구 A사립고교 진학부장 교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추석 당일만 빼고 모두 학교에 나왔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고등학교에 여러 가지 학교정보 제출을 요구해 서류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교사들이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제출을 앞둔 바쁜 시기에 개별 고교 교육과 관련한 사항들을 한꺼번에 특정 대학에 제출해야 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소위 명문 대학들이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자료를 요구해도 해당 고교가 외면할 수 없어 대학 측의 공공연한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구 고교들에 따르면 학교 자료 제출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건국대, 동국대, 명지대, 서울시립대 등과 경북대, 부산대 등 전국 거점 국립대 등이다.

이들 대학이 고교에 요구한 자료는 학교 및 지역환경 특성, 동아리 운영현황, 교내 시상 운영 현황,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우수학생 지원 프로그램 소개, 진학실적 등으로 광범위하다.

B고교 진학부장은 "기본적인 학교 프로파일 내용에다 학교장 추천 대학의 경우 추가로 더 제출해야 하는 것도 있다"면서 "같은 내용이라도 대학마다 제출하는 양식이 달라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C고교 교사도 "동아리 활동만 하더라도 100개가 넘어 모두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 대학이 요구하는 자료 준비를 하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고 했다.

대학 측은 학생이 제출하는 학생부만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지원자가 다닌 고교가 어떤 학교인지 파악하기 위해 추가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학 측이 고교에 대한 자료 축적을 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한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시작된 지 9년이 됐음에도 주요 고교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해마다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내실 있는 운영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는 18일 "학생부전형을 진행하는 대학들이 합의된 공통양식만을 활용하고 개별적으로 고교 소개자료를 직접 요구하지 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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