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권의 대선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의 대선주자들은 반 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시동을 걸자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여권 주자들이 '반기문 대세론'을 저지할 묘수 찾기에 나서면서 여권의 대선 경쟁이 조기에 달아오를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1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올 연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면 내년 1월 중순 내 곧바로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반 총장의 귀국 시점이 대선 도전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을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데 반 총장이 이에 대한 명확한 대국민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귀국 시기를 못 박은 것 같다"며 "여권의 대선 경쟁이 조기에 가열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반 총장 견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의 전력 문제에 대한 검증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부 당시 유엔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반 총장의 정치적 기반에 대한 시비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충청권 출신 정치인과 두루 교분을 쌓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해명 요구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한 반 총장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반 총장이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과정에서 정치적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엔 반 총장이 외교관 특유의 전략적 모호함으로 국민들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았지만 국정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는 과정에서 지지자와 함께 반대자도 생기게 될 것"이라며 "반 총장이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 가운데 무엇이 더 많으냐가 반 총장의 정치적 입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흥행 성적에 따라 여권 내 권력 지형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이 내심 바라고 있을 '반기문+친박계' 연대를 위해서는 반 총장이 여권 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반 총장이 일방 독주를 이어갈 경우 여권 내 여타 대선주자들 간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반 총장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세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내 권력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형성해 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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