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혈경쟁·대충 단속…학교급식 썩어들어간다

400개교에 업체 60곳 입찰, 중복응찰 안하면 낙찰 못 따

검찰과 경찰이 대구경북의 학교급식업체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본지 7일 자 1면 보도)를 진행하면서 학교급식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식업체들은 과당경쟁을 넘어 출혈경쟁까지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급식 구조가 '비리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제대로 된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 경쟁

구미경찰서는 지난달 유령 급식업체를 만들어 학교급식 납품 입찰에 중복 응찰한 납품업체 대표 A(49) 씨를 구속했다. A씨는 2013년부터 3년간 1천 차례 넘게 중복 응찰해 580여 차례, 130억원 상당을 낙찰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같은 중복 입찰이 이미 학교급식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급식업계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업체는 하나지만 직원이나 대표 가족 명의로 2~5개가량의 유령업체를 설립해 학교급식 입찰에 참여한다. 입찰 참여 기회가 많을수록 낙찰받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 업체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중복 응찰을 하지 않으면 낙찰을 받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400여 개 초'중'고등학교 급식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는 최소 6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한데다 학교 측이 요구하는 식자재의 질과 가격을 맞추려면 '낙찰을 받고도 손해를 보는' 역마진까지 발생한다고 했다. 따라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 달의 경우 1천500만원 예산의 학교 급식을 낙찰받았는데 300만원을 손해 보고 있다. 교육청이 기준 단가로 제시한 시장가격이 8월 가격인데 한 달 사이 배추, 시금치가 4배나 올랐기 때문"이라며 "박리다매식 장사를 위해서는 최대한 낙찰을 많이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유령 급식업체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뛰어드는 사람은 많고 경쟁이 심해진다"며 "차라리 우량업체를 가리는 적절한 허가기준을 만든다면 부실업체는 퇴출당하고 경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논의할 때

대구시교육청도 검'경의 수사까지 진행되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급식 납품업체 허가는 물론 현장 실사 등 단속 권한이 없다 보니 학교급식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 중에는 상당히 영세하고 위생상태가 불량한 곳도 있지만, 교육청에서 현장에 나와 점검하는 일이 없다. 문제가 터지면 기존 위생관리를 잘하고 있던 업체들만 소독 등 추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하는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개별 학교가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격에 맞춘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비리나 위생문제 등이 발생했던 만큼 식자재 구입 방식 자체를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관리하면 유통과정도 줄이고 입찰 비리 등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한 식품유통업계 관계자는 "급식지원센터가 만들어진 지자체는 대부분 실패를 겪고 있다. 시스템 자체는 훌륭하지만 전문지식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성만 갖춘다면 성공적인 급식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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