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먹는다고 비문화로 폄하해
佛 해변서 무슬림 여성 강제 탈의는
창씨개명과 같은 문화제국주의 행패
우리문화중심주의 표출 경계해야
정년퇴직한 필자에겐 아직까지 연락주시고 받는 은사 한 분이 계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으니 지난 세월이 그 얼마인가! 대학입시라는 치열한 고통을 까까머리 제자들과 함께 감내하셨으니 반창회 모임이면 항상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신다. 그 후 대학교수로서도 많은 제자들을 키우시다 은퇴하셨는데, 아직도 교육 대상만 상향조정하셨지 식지 않은 정열로 사회교육원 여러 곳에 출강하신다.
일전에 당신께서 출간하신 'Encountering
Eastern & Western Cultures'라는 영문에세이집을 보내셨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개고기 식용문화에 대한 프랑스 매스컴의 부정적인 보도에도, 또 영국 맨부커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다시 촉발된 개고기 먹는 데 대한 편견에 관해서도 홍보적으로 대응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왜 프랑스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어린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개구리 뒷다리도 먹었고, 개고기도 먹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 되물으셨고, 또 한반도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프랑스 신부들도 벽촌을 사목 활동하시면서 당시로선 최고의 손님에게만 올렸던 개고기의 대접을 즐겨 받았으며, 또한 깊이 감사했었다는 실증적 예시까지 들으시며 한민족의 당당한 식문화를 옹호하셨던 것이다.
필자가 1980년대 중반 영국에 체류하던 때도 개고기 식용에 대해 성토하는 피케팅이 한국대사관 앞에서 연일 벌어졌었다. 서구 사람들이 가족같이 기르는 애완견이 아니라, 농경민족에겐 부족한 육류를 보충하게끔 사육되는 가축으로서의 황견(黃犬)을 먹는 게 그리 비문화적이냐를 두고 쟁론했었다. 타문화에 배려 깊은 일부 영국인들은 듣기 좋게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영국 북쪽 마을에서 한 부인이 목에 가시가 걸려 병원을 찾았는데, 뭘 먹었냐고 묻는 의사에게 한사코 즉답을 피하더니, 시술로 가시를 제거해보니 큰 들쥐의 뼈로 판명되었다는 게다. 인간의 습성이란 생존하는 풍토에 적응하며 문화로 정착되는 만큼, '우리가' 먹지 않는 무엇을 '누가' 먹는다고 해서 혐오스러운 비문화라고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이슬람국가(IS)의 무자비한 테러로 인해 이슬람 혐오주의가 팽배하고, 끝내 프랑스 경찰이 해변에서 일광욕하는 무슬림 여성의 부르키니(burkini)를 강제 탈의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서구의 해변에선 손바닥만 한 비키니로 온몸 다 드러내야만 문화적이라는 무언의 강제가 아니고 뭐겠는가! 옷 벗는 여성의 영상을 목도하며 세계는 전율하지 않았을까. 같은 여성이라면 치욕으로 진저리치진 않았을까? 프랑스라면 당연한 전통의 톨레랑스는 어디 가고 길 잃은 문화제국주의의 행패란 말인가!
우리 민족도 일제강점기 일본국의 창씨개명(創氏改名)이란 전대미문의 문화제국주의로 성과 이름을 박탈당했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세상을 이끄니 강대국 문화에의 쏠림 현상은 나라를 불문하고 유별난 게 현실이겠으며, 우리도 애완견과 동거하는 사회로 성숙되었고, 개고기는 얼떨결에 골목 안으로 피신했는가 싶었는데, 겸연쩍어 몰래 먹는 기피 음식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렇듯 세월 가면 제 민족 제 습성 따위야 아랑곳하지 않는 서구문화의 기준들만 표준화되는 세상이 쉬 오리라 싶기도 하다. 이슬람사회도 그리 동조돼 버릴까? 감춤으로써 드러나 차별받는 게 싫어서 드러내며 구미(口味)를 맞추게 될 건가? 칭기즈칸은 종교사상적 차별을 포함하여 일체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세계적인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항상 '나의 스승은 바로 나의 귀'라 하며 서로 다름에 대해 드넓은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갑(甲)은 굳이 '갑질'을 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주위에서 갑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갑이 행동까지 참하게 하면 칭찬을 뒤덮어 쓴다. 그럼에도 세상은 왜 형편없는 갑질을 자꾸만 보게 되는 걸까! 어물전 망신은 미끈한 대구나 맛깔스러운 갈치가 아니라 꼴뚜기 같은, 개고기 식용반대시위엔 고정 출두하는 브리지트 바르도나, 거친 부르키니 착용금지법 등이 시키는 거다. 우리도 150만 외국인과 함께 산다. 같지 않음을 거부하는 우리문화중심주의도 행여 표출되진 않는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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