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진석·우상호, 미국까지 가서 개헌 논의해야 했나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뉴욕에서 내년 초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는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국민적인 동의 없이 국회의원 주도의 개헌은 어렵다"는 것이 정 원내대표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우 원내대표도 "개헌은 차기 대권 후보들이 권력 체제나 국정 운영 방식을 고민하며 제기할 문제이지 대통령 임기 말에 할 얘기는 아니다"고 못박은 바 있다. 지금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갑자기 의견을 180도 선회한 데 대해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생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여야 원내대표가 개헌 문제를 수면 위로 밀어올리니 그렇다. 더욱 의아한 것은 굳이 미국까지 가서 개헌 문제를 논의해야 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미국 방문의 목적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미국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피고, 한미동맹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한미 관계 전반의 강화'발전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개헌은 이와 관계없는 국내 정치의 문제다. 미국 방문 목적에 충실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논의해야 할 만큼 개헌이 화급한 문제도 아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생존 전략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안보 전략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는커녕 기본적인 방어무기인 사드의 배치 문제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개헌특위 설치라는 두 원내대표의 '뉴욕 결의'는 참으로 한가로워 보인다.

화급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경제, 특히 성장 잠재력 저하에 따른 고용 흡수력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방문 목적 이외의 논의를 하려면 개헌이 아니라 경제 활력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그나마 나았다. 개헌은 이런 문제들의 해결 방안이 어느 정도라도 가닥이 잡힌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 개헌을 입에 올리는 것은 '정치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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