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abc방송의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What would you do?)라는 프로그램이 국내 채널에 소개된 적이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위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프로인데 몰래 카메라가 모든 상황을 담아낸다.
소개된 에피소드는 뉴저지의 한 페디큐어숍이 무대다. 배우가 손발톱을 다듬고 마사지하는 동안 여종업원에게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설정이다. 영어를 못하는 한국계 종업원에게 한 백인여성(배우)이 "미국이니까 영어를 써라" "평생 남의 발을 만지는 게 끔찍하지도 않아?" 등 모멸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방송은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차별 발언을 쏟아낸 배우를 나무라는 사람, 귀에 거슬리는 말에 언짢은 표정을 짓는 사람 등을 몰래 카메라가 놓치지 않는다. 이후 진행자가 등장하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시민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발 프로다.
비슷한 상황이 이번 추석에 국내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귀성 버스표를 구하지 못한 휴가 병사를 공짜로 태워준 고속버스 기사의 이야기가 화제를 불렀다. 설정이 아니라 흔히 있을 법한 훈훈한 미담거리에 불과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됐고 급기야 '여혐'(女嫌) 논쟁으로 번졌다.
기사가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자 남성 누리꾼들은 칭찬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일부 누리꾼은 기사가 규정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며 비난 악플을 달고 여자였으면 안 태웠을 것이라고 험담했다. 결국 기사는 글을 삭제하고 "내가 잘못했다. 원리원칙대로 행동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렇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겨도 또 태울 거다. 대신 그냥 조용히 태우겠다"고 마무리했다. 충분히 '당신이라면 어떻게?'에 등장할 만한 에피소드다. 차표 못 구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병사를 공짜로 태운 것, 사연을 공개한 것 등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수많은 비난 댓글과 여성혐오 논란은 의외다.
고대 그리스의 한 희극작가는 '의사는 제 친구가 건강한 것조차 기뻐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쪽의 이익은 다른 한쪽의 손해가 된다'는 명제에 집착해온 인간 심리를 비꼬는 말이다. 한 사람의 호의와 선행마저 과연 다른 한쪽의 손해와 차별이 되는지, 또 기사의 행동이 부당한 행위인지 아니면 위선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What would you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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