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등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도무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9일 밤 규모 4.5 여진이 한반도를 덮치자 1주일 만에 강한 지진동을 느낀 주민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여진이 또 있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일부는 집 밖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고, 상당수 주민이 잠을 설쳤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두거나 대피용 가방을 꾸리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진앙인 경북 경주시에는 지진 트라우마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주시 석장동 동국대학교에서는 기숙사 학생 1천여 명이 19일 밤 지진 직후 학교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했다.
상당수 학생은 오후 11시 30분께 돌아갔지만, 100여 명은 운동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2학년 한 학생은 "경주시, 기상청 등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도무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진앙에 인접한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 주민 최소선(84·여)씨는 주택 붕괴를 우려해 귀가하지 못했다.
최씨는 "집이 무너질까 봐 이웃 9명과 마을회관에서 밤을 지새웠다. 난리도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또 큰 지진이 날지 누가 아느냐"고 되물었다.
대구시 수성구 고층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밤늦게까지 불 켜진 집이 많았다. 불안한 마음에 겨울옷을 입고 집 주변을 서성이는 주민도 보였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고층 아파트 주민 김모(76·여)씨는 "19일 밤 손자들과 밥 먹다가 전등이 흔들리는 정도의 진동을 느껴 정말 무서웠다"면서 "고층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이모(33·여)씨도 "19일 밤 지진을 느끼고 아파트에서 무작정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며 "여진이 올까 봐 겁이 나 자정이 다 돼서야 집에 들어갔지만 밤새 무섭다는 아이들을 달래야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원 박모(44)씨는 "인터넷에 떠돌던 괴담이 현실이 되는 바람에 지진 공포가 더 커졌다"며 "비상식량, 생수, 손전등, 외투와 담요 등으로 '비상 배낭'을 꾸려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여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생수, 라면 등 생필품을 사려는 주민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울산 남구 옥동에 사는 주부 정모(35·여)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이 다 돼간다"면서 "어제는 즉시 대피하도록 간단히 가방을 싸두고 잠든 아이 옆을 지키며 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울산의 한 부부는 일본의 지진 대처 안내 책자인 '도쿄 방재'를 참고해 비상 배낭 2개를 사 집 현관에 뒀다. 배낭에는 비상식량 통조림과 손전등, 속옷, 침낭, 겉옷, 휴지, 물, 비상금 등이 들어있다.
이 부부는 안전모와 라디오도 추가로 살 계획이다.
온라인 전투식량 판매업체 관계자는 "울산과 경주, 부산지역에서 전투식량 주문이 평소보다 많다"라며 "지진 영향으로 사람들이 전투식량을 보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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