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박인비 골든슬램 달성과 스포츠 교육

지난달 21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골프에서 박인비 선수가 총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하며 한국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이를 통해 박인비는 LPGA 명예의 전당 입성 이후 '골든슬램'(4대 메이저 대회 및 올림픽 금메달) 달성이라는 650년 세계 골프 역사에 또 하나의 큰 발자취를 남겼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여자 선수만이 아니라 '탱크'라는 별명의 최경주, 그리고 메이저 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극적으로 꺾은 양용은 등이 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기억 속 골프에 대한 회상은 아마도 1998년 IMF로 어렵던 시기에 박세리 선수가 일군 LPGA 챔피언십과 US 여자 오픈에서의 기적적인 우승일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LPGA 상위 랭커들은 한국인 혹은 한국계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은 미국프로연맹기관의 대회인 LPGA 투어를 가장 많이 스폰서하는 국가로도 유명하다.

골프를 전공하고 지도하면서, '왜 한국 여자 선수들이 골프를 잘 칩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많은 기사 내용 및 학술적 접근들을 요약하자면 첫째, 조선시대의 가부장제로 인한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강인함에 기인한다. 둘째, 무거운 쇠젓가락을 사용해온 전통적 생활습관으로 인한 근력과 손목 스냅 동작의 우월성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숙성을 요구하는 발효식품에 익숙한 식문화로 인한 정신 제어 능력의 유전적 축적 등 아직은 개인적 견해 수준의 모호한 답변들뿐이다.

이러한 접근은 대한민국 여성의 DNA에 무언가 특별한 인자가 있을 것이라는 억측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중 우리 여자 골프선수가 왜 골프를 그리 잘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은 우리 '골프 교육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익히 들어왔던 골프선수 부모들의 억척스러운 관심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엘리트 종목으로 육성되기까지의 많은 지도자, 교육자 그리고 후원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이룬 그 역사적 바탕이 핵심인 것이다.

국내의 많은 프로스포츠연맹 중 단연 최초는 1968년의 한국프로골프협회이며, 관람 스포츠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1982년)보다 무려 14년이나 앞선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일본 체육산업과 비교하며, 엘리트 스포츠의 발전은 생활 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기인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물론 틀리지 않은 의견이다. 그러나 학교 체육 교육의 기본 인프라와 상생하지 못하는 생활(레저) 스포츠의 저변 확대는 선진국형 엘리트 스포츠선수 육성 인프라 구성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현재 단일 스포츠 중 태권도를 넘어 골프는 가장 많은 학과가 전국에 개설(27개 학과 및 전공)되어 있으며, 이번 올림픽 승전보와 함께 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과 같은 스포츠인들의 장기적 진로와 사회적 구성원으로의 역할 강화를 위해 올림픽 메달 획득 종목에 국한된 일시적 관심의 집중이 아닌 거시적 안목의 교육과 보육 기틀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제2의 박인비와 박세리' 같은 선수들의 지속적 육성을 위해 이제 우리가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편견 없는 관심과 대한민국 선수에 대한 진실한 응원이다. 세계 최고 경기력에 어울릴 만한 골프산업과 교육의 균형 잡힌 성장을 통해서만 선진 스포츠 문화 창달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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