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남서부의 한 섬에서는 지하 450m, 길이 5㎞ 규모의 인공 동굴이 건설되고 있다. 지질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화강암 지층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곳 중 하나다. 지난 18억 년 동안 이곳에서는 지각 변동의 흔적이 없었다. 핀란드는 여기에 온칼로(Onkalo)라는 이름의 방사성 폐기물 보관소를 조성할 생각이다. 전기 소비의 35%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핀란드는 방사성 폐기물 매립이 완료되는 2120년 이곳 입구를 콘크리트로 영구 봉인할 계획이다.
지진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온칼로이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 '영원한 봉인'(Into Eternity'2010)은 흥미로운 가정을 통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다큐멘터리가 가정한 온칼로 최대 위협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이다.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수만 년에서 최장 10만 년의 세월이 걸린다. 수천~수만 년 후 인간이 온칼로를 발견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미래의 인류는 지금의 인류가 땅속 깊은 곳에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한 사연을 이해 못 할 수도 있다. 문자'기호'그림 등의 경고 메시지를 보겠지만, 열지 말라고 하면 더 열고 싶은 게 인간의 호기심이다.
인류 문명이 고작 수천 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만 년은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시간이다. 이 기나긴 시간 동안 인류는 방사성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 그 비용은 누가 댈 것이며, 천재지변과 전쟁 등 비상시에도 원전 및 방폐장 관리가 안정적으로 담보될 수 있을까.
최근 경주에서 강진과 여진이 잇따라 국민이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고 있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진 자체도 걱정거리이지만 인근에 국내 원전의 90%가 밀집돼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우리는 활성 단층 위에다 원전을 잔뜩 지어놓은 셈이다. 당국은 국내 원전이 규모 6.5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며 안심하라고 하지만, 그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규모 5.8 강진임에도 불구하고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은 천운이었다. 지진 위험으로부터 원전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는 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전기 소비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도 포함된다. 경주 지진은 이 교훈을 일깨우기 위해 자연이 던진 마지막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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