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으뜸 의사] 한병인 두(頭)신경과의원 원장

"술도 골프도 NO…환자 치료 위한 연구에 보람"

한병인 원장: 1965년 경산 출생/ 경북대 의과대 졸업. 미국 뉴욕 알바니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연구원, 오희종 신경과의원 부원장, 경북대 의과대 기초의학 박사, 두신경과 원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대구경북신경과의사회 회장, 미국이명협회 회원. 저서
한병인 원장: 1965년 경산 출생/ 경북대 의과대 졸업. 미국 뉴욕 알바니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연구원, 오희종 신경과의원 부원장, 경북대 의과대 기초의학 박사, 두신경과 원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대구경북신경과의사회 회장, 미국이명협회 회원. 저서 '초음파 뇌혈류검사'(2004), '욕창의 비수술적 치료'(영문판·2005), '쉽게 배우는 어지럼증의 진단과 치료'(2008), '두뇌훈련일기'(2012), '어지럼과 이명 그림으로 보다'(중국어판·2010) 등

합기도·그림 이색 취미로 유명세

매달 한 차례 요양원서 음악봉사

치매 父 돌보다 보호자 심정 이해

치료 외에 복지서비스도 알려줘

한병인(51) 두(頭)신경과의원 원장은 "왜?"라는 질문에 "환자가 많이 올까 싶어서…"라고 했다. 신경과 분야가 아닌 욕창에 대한 책을 쓰는 것도, SCI급 저널에 논문이 오르는 것도,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어려운 치매 환자들을 돕는 이유도 "이렇게 하면 환자가 더 올 줄 알았기 때문"이란다. 진심은 아닐 것이다. 요즘 세상에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논문 쓰는 개원의라고 찾아오는 환자가 얼마나 될까. 연구 주제를 얘기하는 그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한껏 묻어났다.

◆손재주는 아버지의 DNA

한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꽤 알려진 의사다. 그의 이색적인 취미나 특기 덕분이다. 3단까지 딴 합기도나 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그림 실력, 전문 연주자 뺨치는 바이올린 연주, 환경단체 활동 경력 등이 소문을 탔다.

요즘 그는 유명세를 탔던 취미 활동을 거의 다 접었다. 병원 직원들과 매달 한 차례씩 요양원을 찾아가 음악 봉사를 하는 데만 활용한다. 대신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발레를 시작했다.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을 따볼까 했는데, 동창생이 같이 발레를 하자고 권하더라고요.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발레리노처럼 다리를 쭉 찢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취미를 선택하는 눈은 여전히 독특하다.

한 원장은 경산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는 모두 교사 출신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이스크림 대리점을 연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갔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그가 대학교 1학년 때 경산으로 돌아와 남매지에서 가두리양식장을 했다. "고기를 납품받고 돈을 안 주는 횟집에 뚱뚱한 친구들과 돈 받으러 찾아가기도 했는데, 결국 돈은 못 받았어요."

그의 아버지는 유독 손재주가 좋았다. 그림도 잘 그렸고, 부서진 물건을 고치는 데도 솜씨가 있었다. "집에서 쓰는 물건은 거의 다 아버지가 고친 것들이었어요. 저도 고쳐 쓰길 좋아하는데 요즘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어요." 그래도 회전 기능이 고장 난 선풍기나 접수데스크의 컴퓨터 책상은 모두 그가 고치거나 만든 것들이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불이 꺼지지 않는 진료실

한 원장은 "개원의가 환자를 편안하게 보려면 굉장히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한 질환에 대해 식견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를 대하는 가장 큰 친절은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병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겁니다. 그럴듯한 시설보다는 자신의 지식이 확실하고, 환자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치매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의 아버지가 7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신데, 어머니가 큰 죄책감을 느껴요. 사실 가족들이 정말 힘들거든요. 그건 옆에서 보지 않으면 몰라요. 아버지 덕분에 보호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치매 환자는 치료뿐만 아니라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요양제도 같은 복지 서비스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치매 환자가 찾아오면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찾아 연결시켜 준다. 직접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원장의 진료실 불은 오후 9시까지 꺼지지 않는다. 골프를 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주말에도 시간을 쪼개 집에서 책을 본다. 매주 연구 모임에도 나간다.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가며 '그림으로 배우는 가정에서의 상처 치료법'과 '만화로 배우는 욕창 치료법' 등 2권의 책을 쓰고 있다. 뇌혈류의 흐름과 피로가 원인인 어지럼증에 관한 논문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논문을 쓸진 모르겠지만 제 연구로 의료비 부담이 줄거나 치료가 쉬워진다면 이 사회를 위해 뭔가 했다는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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