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반도는 한 번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적이 없었다. 옛말이 되었다는 '한반도는 지진의 안전지대'란 말 자체가 성립한 적이 없었던 셈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진을 기록으로 꼼꼼히 남겼다. 기상청이 삼국사기 등 역사서의 지진 기록을 찾아봤더니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모두 2천161회 한반도에 지진 기록이 나왔다. 1392년 조선 건국부터 1863년까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지진 건수만 1천967건에 달했을 정도다. 우리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안주하던 사이 선조들은 끊임없이 다른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진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도 여럿 있다. 그중 인명 피해를 낸 지진은 대부분 경상도, 특히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점은 새겨야 할 대목이다. 삼국사기는 모두 5차례 사람이 사망한 지진을 기록했다. 그중 3차례가 신라에서 생긴 지진이었다.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것 역시 779년(신라 혜공왕 15년) 3월 경주 지진이다. '경도(경주)에 지진이 있어 민옥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 명이었다'고 적었다. 현존하는 역사 문헌 중 유일하게 사망자 수를 구체적으로 남긴 것은 유례없이 그 피해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1455년 단종 2년엔 담과 가옥이 무너져 사람이 깔려 숨졌고, 1810년 순조 10년에는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사람과 가축이 깔려 죽는 일도 있었다.
하루 여러 차례 지진이 엄습한 경우도 많았다. 1604년 7월 31일 경상도 함창에서 하룻밤 새 세 번이나 지진이 일어났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1518년 지진은 '소리가 성난 우레처럼 크고 담장과 성벽이 무너져 도성 안 사람들이 밤새 노숙하며 집에 들어가지 못했을 정도'였다. 1643년 7월 울산 근처에서 발생한 지진은 경상도, 전라도는 물론 한양에까지 감지됐다.
규모 5.8에 이어 4.5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자 경주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 하필이면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많았던 경주에다 원전단지를 지었느냐는 걱정도 크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입지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은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가동 중인 원전은 내진 설계 기준을 높여 어떤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와서 이 일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냐, 아니냐의 논란은 부질없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