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토론회 격식은 간소화 추세고, 특히 국정감사 기간이 대부분 법 시행(28일) 이후여서 감사를 받는 기관이 소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 등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관행도 올해는 사라질 전망이다.
◆국감 의전, "올해는 기대 마세요"
20일 국회 의원회관. 국감(26일부터)을 앞두고 예년과 확연하게 달라진 풍경이 눈에 띄었다. 예년 같으면 소속 상임위별로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북적였을 의원실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A의원실 보좌관은 "의원실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를 부르는 것도, 또 스스로 찾아오는 것도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식사 자리도 사라졌다. 이 보좌관은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이 바꾼 풍경"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감 기간 피감기관이 국회 상임위원 등에게 3만원이 넘지 않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국감 '의전'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무조정실과 산하 기관인 국가보훈처 국민권익위 등은 얼마 전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들과 국회에서 국감 의전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이번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의 접대 행위 금지를 결정했다. 식사의 경우 의원들은 모두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하기로 했고, 공직자들은 도시락으로 국감장 옆에 마련된 공간에서 각각 따로 하기로 했다.
또 휴게실에 마련된 다과와 간식도 일절 피감기관이 내놓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국감장 화장실에 의원들을 위한 칫솔과 치약까지 갖춰져 있었지만 올해는 이 같은 편의 물건도 제공하지 않는다.
세종시의 경우 의원들은 국감 일정을 마친 뒤 오송역에 마련된 식당에서 3만원짜리 저녁을 하고 KTX 편으로 귀경한다. 3천500원짜리 오찬 식권과 3만원 이내의 만찬 비용은 모두 피감기관 몫이 아닌 국회 정무위가 별도로 지불한다.
국회는 물론 피감기관들은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김영란법을 철저히 따르기로 입장을 정리, 다른 상임위 역시 비슷한 풍경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B의원실 관계자는 "괜히 오해받을 행동을 했다가는 김영란법의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올해는 위원들 등에게 커피 한 잔 내놓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격식은 줄이고, 법 적용은 묻고
오는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한중정치경제포럼 세미나를 여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실은 행사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 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과 공동 대표여서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세미나 개최 날짜가 김영란법 시행 첫날과 맞물려 행사 진행에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다. 특히 행사 후 있을 오찬 일정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외부 업체에 식사 준비를 맡기는데, 1인당 단가가 5만원을 넘는 게 보통. 이는 김영란법에 저촉돼 의원실은 1만5천원짜리 비빔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나마 참석자 중 선거법이 제한하는 외부 인사는 빼고, 포럼 회원을 대상으로 식사 참석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정병익 보좌관은 "비용은 의원연구단체 연구활동비로 처리하는데, 혹시나 김영란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있는지 권익위에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가면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세미나, 포럼 등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 다른 의원실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의원실은 아예 식사 자리는 잡지 않고 행사에 들어가는 비품, 비용 등의 사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권익위의 해석을 받아가며 준비하고 있다. D의원실 보좌관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여러 차례 교육도 받고 권익위 해설집도 읽었으나 여전히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며 "일단은 오해를 살만한 행위는 일절 금지하면서 법 시행 이후 여러 상황별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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