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충북 충주시 모 아파트에서 경찰에 검거되는 과정에서 투신해 사망한 절도 피의자 이모(67) 씨는 지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소매치기였다.
30년 전쯤부터 충주 전통시장과 인근 5일장, 축제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을 돌며 금품을 훔쳐왔다. 주로 혼잡한 시장통에서 손가방 등에 든 현금을 훔치는 게 전문이었다. 공범과 함께 2인 1조로 범행하면서 한 명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사이 다른 한 명은 감쪽같이 금품을 빼냈다.
충주 시내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 씨는 도심 상설시장뿐 아니라 주변 시골 장터, 경북 문경, 점촌 등 인근 지역까지 점차 영역을 넓혀갔고, 수법도 조금씩 대담해졌다.
남매를 둔 이 씨는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 딸도 모두 외지에서 따로 살아 혼자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에는 대장암 판정까지 받았다. 이미 손을 쓰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5월 충주 수안보 온천제 행사 때 남의 가방에 든 현금을 훔치려다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런 점이 참작돼 가까스로 석방됐다.
충주에서 얼굴이 알려지면서 범행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달 초에도 문경 장날에 평소처럼 공범과 함께 범행했다. 이때만 해도 비극적 결말로 이어질 줄은 알지 못했다. 범행이 들통나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결국 형사들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이 씨는 "약과 속옷을 챙기고 집 안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뒤 열려 있던 창문으로 그대로 뛰어내렸다. 이웃에 사는 지인까지 불러놓고 어떤 물건은 누구에게 주라고 당부하면서 태연한 모습으로 짐 정리를 하고 있어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특수절도와 특수절도 미수 혐의 2건으로 수배된 상태여서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씨는 투신 전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관들에게 "앞으로 석 달뿐이 못 살 텐데 지금 (구속돼) 들어가면 어떡하느냐. 사흘만 시간을 주면 공범을 자수시키겠다"며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씨를 두 차례 검거했던 한 베테랑 형사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 것은 분명하지만 강도질 같은 건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안 좋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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