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도 몬잔다카이. 쪼매 소리 나마 고마 밖으로 뛰쳐나간다카이."
잇따른 지진 발생의 진앙인 경주 덕천리와 부지리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연방 한숨을 쉬었다. 지진 노이로제였다.
21일 오전 11시 53분 경주 내남면 덕천리 1069번지에서 규모 3.5 여진이 또다시 발생하자 진앙인 덕천리 주민들은 사색이 됐다. 이날 여진 진앙은 지난 19일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덕천리 산 99-6번지에서 북쪽으로 불과 1.2㎞ 떨어진 곳이다.
여진이 발생한 지 세 시간을 갓 넘긴 21일 오후 3시쯤 진앙인 덕천1리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한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위수(77) 씨는 "지진이 자꾸 오니까 요즘에는 아예 옷가지랑 귀중품을 챙겨 머리맡에 놓고 잔다"며 "가슴이 울렁거리고 너무 무서워 우황청심환도 사먹었다"고 허탈해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동네인 부지리에서 홀로 집을 고치고 있던 한 70대 할머니는 기자와의 대화 중에 연방 "지진 소리 안 나냐"고 되물었다. 할머니는 "밤에도 낮에도 지진 소리가 계속 나서 잠도 못 자고 목욕도 못할 지경이다. 대화 중에도 몇 번 들은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자꾸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박도순(68'여) 씨는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세탁기 돌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지진 났다'고 말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우르릉'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경주가 지진 공포로 인해 공황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진앙 부근뿐만 아니다.
이날 여진이 발생한 직후 오피스텔이 밀집한 동천동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 경주시 내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등에서는 일제히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경주 서부동 계림초등학교 6학년 이서연 양은 "여진으로 교실이 흔들리자 선생님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너무 무서웠다. 집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됐다"고 말했다.
경주 불국사초등학교 교사와 학생 300명은 즉시 운동장으로 대피했고 학교 측은 점심시간이지만 급식실에 가는 것이 불안하다고 판단,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급식을 제공했다.
경주 동천동 ㅅ어린이집도 건물이 흔들려 어린이들을 급히 대피시켰다. 원장 박영미(44) 씨는 "건물이 떨려 지진이 왔다는 걸 알았다. 바로 아이들을 밖으로 대피시키고 나서 진동이 잠잠해진 뒤 교실로 되돌아왔다"며 "원장도 겁이 많이 나는데 애들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경주에서는 지난 12일 강진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경주권 병의원과 보건소 등에는 메스꺼움과 이명,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경주시보건소는 지진 이후 보건소 내 심리상담실을 운영, 지진에 놀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긴급상담을 시작했다. 전점득 경주시보건소장은 "지진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많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부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두통과 땅이 흔들리는 듯한 어지럼증, 이명을 호소한다. 인근 신경정신과 병원 등으로 안내하는 등 안정을 취하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진 이후 경주시청과 경주소방서 등 경주'포항권 행정기관에는 "여진 언제까지 계속되느냐.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도 되느냐"는 내용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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