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일본에서 차는 '다도' 문화로 정착했다. 중국에서 차는 물처럼 마시는 음료로 대중화됐다. 한국은 어떨까? 쉽게 접할 수 있고 빨리 마실 수 있는 커피에 밀려, 우려내고 또 마시는 데 시간과 노력이 좀 걸리는 차는 최근 조금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차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했던 우리나라에서 차 문화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30년 전인 1986년 대구에서 차 문화 창달을 위해 출범한 차인단체가 있습니다. 영남차회입니다." 창립 멤버 17인 중 구심점 역할을 한 사람이 예정수 영남차회 이사장이다. 그는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근무하면서 우리나라 초기 녹차 브랜드 '설록차' 탄생에 기여했다. 차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는 차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오피니언 리더들의 차 문화 향유가 절실하다고 봤다. 그가 발로 뛰며 영남차회 창립 멤버를 모은 까닭이다.
"대구는 차의 불모지에서 전국적으로 차인이 많고 차 소비로도 손꼽히는 지역으로 변화했습니다." 그 바탕에 영남차회가 있었다. 출범한 이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계속 모여 차를 마시는 것은 물론 차에 대해 연구하며 스스로 실력을 쌓아나갔다. "영남차회를 거쳐 간 수백 명이 지금 각지에서 차 문화 확산에 힘쓰게 된 까닭입니다. 그 전통을 바탕으로 영남차회는 3년이 걸리는 차 전문가 '다례수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초'중'고 교사들을 상대로도 교육을 합니다." 영남차회 회원들의 역량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차 문화 보급에 힘쓴 게 벌써 30년째다. 영남차회는 새로운 30년을 열기 위해 24일(토) 오전 11시~오후 5시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향기로운 인연, 차문화의 새로운 출발과 화합'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영남차회를 포함해 대구에 본부를 둔 모두 8개 법인 차인단체가 한데 모입니다." 대구의 차인단체들은 차 우려내기를 겨루는 '투다' 대회, 다식 경연, 찻자리 경연을 통해 교류하고 차 문화의 매력도 알린다. 향후 30년 차 문화의 중심에 설 유치원생들이 차를 우려내 대접하는 '행다'는 어른들의 애정어린 시선을 가득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작고한 차인 4인(심재완, 김종희, 최규용, 철웅 스님)을 기리는 '헌다' 의식도 눈길을 끈다. 특별한 강연도 마련된다. 영남차회 발행 '다연'지 발간에 참여하고 있는 김형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우리의 삶과 행복' 강연과 김영걸 한국차산업중앙협의회장의 '한국 차 문화 및 산업 발전 방향' 강연이다.
"빠른 게 각광 받는 세상이지만 빨라서 탈도 많이 나고 있습니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차 문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차는 마시는 것 이상입니다. 차에 정성을 담아 우려내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건넵니다. 상대는 차가 자신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소중히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연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런 차 문화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모습으로 가꿀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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