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지진과 여진이 잇따라 발생해 전국이 흔들리고 있다. 추석 전인 12일 경주에 규모 5.8의 강진이 있었다.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흔들림의 공포를 겪었다는 사람들의 불안한 전화가 빗발쳤다. 19일 저녁 또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12일의 규모보다는 강도가 약했지만 우리가 지진 지역에 살고 있음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서울에서도 예민한 사람은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국민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땅과 건물이 흔들려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진에 따른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19일 여진 때는 경주 시내는 차를 타고 대피하려는 사람이 몰려 꽉 막혔을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인 공포로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지진 멀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과 부산은 물론 전국적인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지진이 잇따르고 있는 경주를 전격 방문했다. 민방위복 차림으로 경주시 황남동 한옥마을을 찾은 박 대통령은 최양식 경주시장으로부터 피해 및 복구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 자리에서 "경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피해 주민들을 위로한 뒤 자리를 옮겼다. 이어서 월성원전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원전 시설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한 치의 실수도 있을 수가 없다"며 "앞으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것도 국가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전례 없는 대형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 결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보다 더 나은 대책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우리 지역에 설치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이다. 거기다 주민들을 부추기는 정치인들도 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어디 그뿐인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취업 문제 같은 것들이 한데 얽히고설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민심이 어수선하다.
오늘 대한민국에 안전하고 확실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들은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으며 살아야 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우리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마치 돛대도 삿대도 없이 풍랑 속에서 헤매고 있는 조각배와 같다.
지금처럼 어지러울 때는 말을 삼가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목젖까지 치밀어 올라와도 두 번 생각해보고 한 번 말해야 한다. '네 탓이오' 하고 따지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속을 뒤집어 놓는 듣기 거북한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지진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무서운 공포였다. 그러나 그 때문에 우리는 공기처럼 늘 곁에 있어서 무심했던 가족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아이들아 너희를 사랑한다' '여보 언제나 당신을 믿고 지지하고 있소'라는 말을 하게 됐다. 평소라면 계면쩍은 마음에 입을 열기 어려웠겠지만 막상 재난이 닥치고 보니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고백하자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진으로 늦은 밤에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고민,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 경주와 대구경북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먼 친척의 안부 전화도 오고, 돕겠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잊고 있었지만 함께 살아가는 한국사회 공동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이 온통 불평과 불만투성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가 고맙고, 오늘 눈인사를 나눈 사람이 고맙다. 이 고마운 세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겸손해져야 하고, 고마워해야 하고, 이웃을 신뢰하고 배려해야 한다. 세상에 무엇이 있어 사람을 지키고, 누가 있어 나를 지킬 것인가. 결국 우리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비판보다는 격려를, 불신보다는 지지를, 외면보다는 악수를 나누어야 한다. 함께 지키는 한 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
어제도 여진이 있었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러나 그 때문에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만하면 대구경북, 대한민국은 불안과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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