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는 '국민 건강을 위해 밥 한 공기 이상 먹는 사람에게 벌금을 매기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19일 오후 4시 대구지방법원 민원실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한국전력공사가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을 담은 소장이 접수됐다. 대구경북민 등 1천105명이 참가한 소장이 접수됨으로써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전은 대구경북에서도 시작됐다.
소송전을 홀로 이끄는 주인공은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45) 변호사. 그는 대구를 포함해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9곳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올여름 폭염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전국적 화두에 올라 소송 참가자는 급증했다. 그는 현재 2만 명에 육박하는 의뢰인을 대리하고 있다.
2012년 여름 몸이 아파 몇 달 집에 머물렀던 시간이 곽 변호사를 소송전으로 이끌었다. 그는 "당시 셋째 아이도 태어났다. 집에서 활동하는 식구가 는 것이다. 하루는 아내가 전기요금이 20만원 정도 나왔다며 푸념을 했다. 왜 많이 나왔는지 연구를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이후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전기요금 체계 이해와 예상 쟁점 정리에 투자했다. 한국전력공사에 각종 자료 요청을 했고, 가정마다 누진제로 더 낸 요금을 계산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참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곽 변호사는 "전체 전기 판매량 중 주택용은 13%를 차지할 따름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주택용 소비량(33%)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은 더 써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10가구 중 9가구가 누진 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성에 공감하는 소송인단 20여 명을 모아 2014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처음 소장을 냈다. 그는 이들을 한 명씩 만나 설득했다. 소송 참가자들은 "당신 말이 사실이냐. 이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한전 자료 검토 결과이니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장담 못 하지만 법률 이론적으로는 이길 수 있다. 또 이겨야 하는 소송이다"는 말로 답변했다.
이달로 첫 소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판결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선고 하루 전날 일정이 연기되거나, 변론 재개가 선언되기도 했다. 전국에서 진행 중이던 소송 재판장이 전부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오늘(22일)로 예정됐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선고도 10월 6일로 2주 연기됐다.
곽 변호사는 "올해 3월부터 바뀐 재판장을 만나 다시 설명하느라 완전히 지쳐 있었다. 주변 변호사들로부터 회의적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여름 소송 참가자가 급증했고, 여론의 이목도 집중돼 힘을 얻었다. 비록 첫 선고가 늦어지고 있지만,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지역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는 "사람들은 전기요금에 의심을 품지 않았고, 그것이 합당한지 판단할 기준도, 관심도 없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면 '내가 절약을 안 했다'며 반성했다"면서 "올해 누진제의 잘못을 자각한 국민이 횃불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각을 넘어 행동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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