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988년 이후 6층 이상 건물, 규모 6.5까지 견딘다

고층건물일수록 내구력 강화해야, 균열 보이면 반드시 안전진단부터

대구 북구 한 고층 아파트 30층에 사는 김모(26) 씨는 지난 12일 경주 지진 이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집이 좌우로 크게 흔들려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을 겪었던 김 씨는 "더 강한 지진이 다시 발생하면 집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우리 집이 얼마나 강한 내진 설계가 돼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어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말했다.

2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여진을 겪은 대구경북 시민들이 건축물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 집 건물은 지진에 얼마나 강한지 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1988년 이후 지은 6층 이상(또는 연면적 1만㎡ 이상) 건물에는 통상 규모 6.5 지진까지 견디는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내진성의 기준은 크게 ▷아무 영향이 없음 ▷내'외부 균열과 소규모 파손 발생 ▷내'외부가 파손되지만 인명 탈출'구조에 지장이 없음 등으로 구분하는데,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은 아무리 못해도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권영욱 SNS구조안전기술원 대표는 "같은 건물도 고층으로 갈수록 좌우 흔들림이 더욱 큰 점을 감안해 고층부일수록 내구력을 더욱 강화한다. 다만 지진을 여러 차례 겪은 건물은 점차 내구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건물에서 균열이 보인다면 반드시 건축 구조 전문가로부터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내진 설계 의무적용 대상이 아닌 1988년 이전 건축물 또는 소규모'저층 건물은 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대 건축학부 신경재 교수는 "저층 건물은 지진 에너지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그러나 저층 건물은 건축 시기에 따라 내진 설계 의무적용 대상이 아닌 곳이 많다. 이런 경우엔 내진 전문가가 아닌 일반 건축사가 건축 구조 개선 등 보강 설계를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지진에 비교적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건축물의 정확한 내진성을 알아보려면 건물이 지어진 시기에 적용된 건축법상 내진 기준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홈페이지를 운영, 서울 소재 건물의 내진 기준을 바로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주민과 건물주가 일일이 법령을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대구경북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확인됐다. 앞으로 국내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 전문가에 의한 건축 구조 개선'보강 절차를 밟도록 하고, 건축물에 대한 내진 등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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