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진, 일본 배워라

"도저히 정부를 못 믿겠다."

인터넷에는 지진과 관련해 정부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누리꾼들은 국민안전처'기상청의 늑장 경보에 극도의 분노를 나타냈다. 지진 발생 때 누리꾼의 SNS가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보다 몇 배나 빨랐다. SNS에는 1분도 채 안 돼 지진 소식이 무더기로 올라왔지만,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7~15분 뒤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국민안전처는 12일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지진 때에는 9분 뒤 문자를 발송했고, 오후 8시 33분 규모 5.8의 강진 때에는 통신망 폭주로 문자를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다. 19일 오후 8시 33분 규모 4.5의 지진 때에는 경주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무려 12~15분 뒤에 문자를 보냈다. 19일 지진 때에는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까지 2시간 동안 먹통 상태였으니 국민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보통 지진 발생 10~15초 사이에 국민의 생사가 엇갈리는 점을 감안할 때, 7~15분 뒤의 경보는 너무나 한심하기 짝이 없는 '뒷북 대응'이다. 일본은 '지진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해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했을 때, 3.7초 만에 경보를 발령했다. 반면 한국은 12일 지진 때 27초 만에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의 방송사, 통신사, 정부 부처'기관은 기상청의 슈퍼컴퓨터와 연결해 몇 초 안에 지진 경보를 받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 경보가 발령되면 모든 TV 채널과 라디오는 통일된 경보음과 녹음 파일, 자막이 자동 방송된다. 심지어 꺼져 있는 TV'라디오(추가 장치 필요)도 작동하면서 지진 경보 방송을 내보낼 정도다.

일본도 원래부터 체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큰 지진을 겪은 뒤 관련 규정을 고치고 보완하면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췄다. 6천500명의 사망자를 낸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재해대책기본법을 전면 수정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는 재해대책 매뉴얼을 대폭 정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전진 6.5, 본진 7.3) 당시 지진 규모에 비해 사망자 수(111명)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지진 피해는 초유의 사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계속 허둥대고 당황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지진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대응이 미숙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이래선 안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연습이 되어 있는 만큼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지진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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