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가진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은 국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관광산업으로 이어져 국민 소득을 가져옵니다. 이 때문에 빌 게이츠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 문서고가 자신의 것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히 문화재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학자이면서 외교관으로 이탈리아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오고 있는 김경석(67'사진) 대한민국 주바티칸 교황청 대사는 이탈리아 문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재 덕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유하게 살지만, 반대로 문화유산에 대한 그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복원, 보존 관리에 따른 노력과 예산 투입이 지금의 문화재 강국 이탈리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이탈리아는 가는 곳마다 문화재여서 유네스코가 단일문화재 세계유산 지정보다 지구로 묶어 지정했다. 대표적인 세계 문화유산인 바티칸 시국의 박물관과 베드로 대성당엔 266명의 교황 가운데 148명이 묻혀 있으며, 미켈란젤로'라파엘로 등 유명한 중세유럽시대 건축가와 화가 등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했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가 역사적으로 오래됐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로마는 그리스 신전 문화재를 그대로 카피해 옮겨 2천여 년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보존해 오고 있다.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통해 경기장을 짓고, 대극장을 지어 검투사들이 공연하도록 하고, 대중들을 위해 목욕탕을 건설하고, 도로를 개설하는 등 역사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문화재의 65~80%가 몰려 있다. 수백~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재만도 성당 9만5천여 개, 성채 4만여 개, 고급빌라 3만여 개, 박물관 5천600여 개, 수도원 1천500여 개 등 4천만 점이 넘는다.
이탈리아가 이 같은 엄청난 문화재 보유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체계적인 보존과 복원 노력이 있었다. 김 대사는 "이들은 오래된 문화재가 세월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파손된다 해도, 가능한 한 원형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고증하고, 연구하는 것으로 문화재를 보존. 관리해오고 있다. 수백~수천 년 전 신들의 조각상들 경우 대부분 코 등이 파손됐지만, 될 수 있으면 비슷한 재료 등으로 복원한다. 이 때문에 국립복원대학은 문화재 복원에 필요한 고급 기능 인력을 양성해오고 있다"고 했다.
김 대사는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오래된 그림과 서적, 교황의 지구본 등 문화재 복원에 한지(韓紙)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대사는 "바티칸 복원 전문가들은 한지를 활용한 문화재 복원을 위해 한국의 보존관리센터와 협약하고, 다양한 한지를 구입해 복원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천년을 지탱해 온 한지가 로마 문화재 복원용으로 이용된다면 우리나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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