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진원지로 한반도를 강타한 지진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진 무풍지대로 여겨왔던 터에 흔들림에 대한 첫 경험인 만큼 놀라고 불안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불안감을 더 키우는 것이 최근 정부의 대응이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 때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장시간 먹통이 됐다. 국민안전처는 홈페이지 처리 용량을 크게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지만, 19일 규모 4.5의 여진 때 다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긴급재난문자도 9~14분 이후에야 전송됐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뒤에야 전해진 '늑장문자'였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뒤늦게 문자로 받으면서 씁쓸함만 남겼다.
기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이번 지진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규모가 6에도 미치지 않고 사망자도 없어 '주목할 만한 뉴스'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도 이번 지진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할까. 문제는 국내에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내진설계가 된 건물도 1988년 이후 지은 업무용 고층빌딩에 집중돼 있다. 내진설계 기준도 대다수 규모 5.5~6.5에 불과하다. 규모 7 이상을 견뎌낼 건물은 국내에 거의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파장이 비할 바 없는 원자력발전소도 대다수 규모 6.5를 견뎌낼 수준이다. 이번 규모 5.8에 이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이 규모 6을 넘기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나.
정부는 '앞으로 규모 5.8 경주 본진보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고만 되풀이한다고 국민 불안이 쉽게 가라앉을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노후 건물을 중심으로 내진 등 지진 방재대책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때다. 특히 동해안 단층 주변에 집중된 원전에 대한 방재대책 점검과 대응 매뉴얼 구축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진에 대한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방재대책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불안감을 증폭시켜서는 곤란하다. 일본은 초유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지 5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나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전하지 않고 있다. 대응과 복구는 철저하게 하되 국민 불안과 국가 위상 등을 고려해 떠들썩하지 않게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하겠다.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대응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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