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담뱃값 올리기에 급급하다가 세금 도둑맞은 무능한 정부

정부가 지난해 담뱃값을 대폭 올리면서 재고 차익 관련 규정을 고치지 않아 담배 제조사들 특히 외국계 담배회사의 배만 불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담배 회사들이 담뱃값 인상 전 세금과 인상 이후에 담배를 팔면서 얻게 되는 재고 차익에 대한 환수 방안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세금을 빼돌리기 위해 매점매석 고시를 어기거나 다량의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눈속임하고 서류와 전산망을 조작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KT&G가 얻은 재고 차익은 3천187억원이었다. 외국계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천739억원, BAT코리아는 392억원이었다. 담배 도매상과 소매상도 각각 1천34억원, 1천594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담뱃값을 올리면서 당연히 국고로 들어가야 할 담뱃세가 이들의 주머니에 들어간 것이다. 담뱃값의 62%가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농간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모두 7천938억원의 재고 차익에서 세금을 한 푼도 걷지 못했다. 물량 밀어내기는 있었으나 담배를 정상 유통한 KT&G가 그나마 4년에 걸쳐 재고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전부다.

감사원에 따르면 필립모리스 등은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발표와 매점매석 고시 시행을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하게 늘렸다. 과도한 재고로 폭리를 얻지 못하게 막는 고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정상적으로 재고를 크게 늘린 것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하나도 없던 재고가 1년 새 2천500만 갑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도 모자라 눈속임으로 담배를 반출하고 관련 서류도 조작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안이하고 무능한 일 처리와 담배 회사들의 악덕 상술이 빚어낸 결과다. 담뱃값 인상으로 한 해 64%(4조3천억원) 넘게 늘어난 담배 세수는 그렇다 쳐도 이런 황당한 결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은 관계 부처에 해당 제조사를 처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당장 규정을 고치고 탈루 세금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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