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피·잔인한 살해 장면…
B급 좀비 영화의 정서 그대로
인간을 물어뜯어야 사는 좀비
타인 짓밟고 생존하려는 사람
일본의 현 사회적 문제 담겨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가 등장하는 좀비영화는 호러영화의 한 하위 장르다. 미국에서는 B급 호러영화로 확실한 장르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만화와 영화에서 좀비물이 인기를 얻으며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비영화가 거의 없다가 2014년에 개봉한 '좀비스쿨'이 호러영화 팬들의 기대를 샀지만 이내 실망으로 바뀐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쩐 일인지 올해 3편의 좀비영화가 등장했고, 그 파장은 실로 강렬했다. '곡성'의 후반부에서 시체가 좀비가 되어 다시 살아나는 장면에서 호러영화 팬들은 환호했고, 본격 좀비 재난물을 표방한 '부산행'은 천만 관객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행'에 이어 곧 개봉한 애니메이션 '서울행'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좀비영화의 출발은 대개 1968년에 만들어진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으로 본다. 그 이전에도 좀비영화는 간간이 있었으나 기이한 괴물을 구경하는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 좀비영화는 사회풍자성과 블랙코미디의 경향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가 공개된 시기는 바야흐로 베트남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였고, 흑백 인종 문제, 반공 이데올로기, 냉전 문제 등 사회 문제를 골고루 영화에 반영해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일반적으로 좀비영화라고 하면 시체, 피, 잔인한 살해 장면이 연상된다. 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매우 싫어하거나 매우 열광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경우가 많다.
전 세계 6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만화가 원작인 일본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는 매우 잔인한 영화다. 도대체 이 세상이 살아갈 희망이 있는지를 묻는 어두운 아포칼립스물로, 일본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신음하는 자본주의의 추한 몰골을 날카롭게 겨냥한다. 시체를 물어뜯어야 생존할 수 있는 좀비나,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는 사람이나 매한가지인 잔인한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일 수 있을지 비관적이다.
'부산행'과 '월드워 Z'가 좀비 사이에 가족 이야기를 넣어 대중적으로 호소했다면, '아이 엠 어 히어로'는 B급 좀비영화 정서에 더 충실하다. 더 마니아적인 영화로, 좀비 장르의 원형적인 매력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에는 현재 일본이 경험하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담겨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보편적인 문제이다.
만화를 그리는 히데오(오오이즈미 요)는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15년째 보조 만화가로 전전하고 있다. 오랫동안 동거 중인 여자친구의 인내심도 이제는 한계에 달해서, 그녀는 한밤중에 히데오를 내쫓아버린다. 그는 다음 날 좀비로 변해버린 여자친구를 목격하고, 일본 전역에 ZQN(조큔)으로 알려진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사격용 클레이 총 한 자루를 들고 무작정 도망치던 중 여고생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와 동행하고, 후지산 아래에 위치한 아울렛으로 피신하면서 야부(나가사와 마사미)를 비롯해 옥상에 모인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 히데오는 서른 살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자리를 못 잡은 '루저' 캐릭터다. 나약할 대로 나약해진 그가 위기를 겪으면서 제목처럼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인지가 기본 서사 구조다. 좀비의 변형으로 등장하는 뮤턴트(변종), 총 한 자루 쥔 채 히어로가 되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대로 좀비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약한 남자, 인간 무리 가운데 생겨나는 독재와 전횡의 악한 본성, 그리고 폭발적인 전투 장면 등 캐릭터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 영화가 이전 좀비영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좀비에게 사연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사람으로 살아갈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좀비는 각자 개성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좀비 가운데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의심스럽지만 사람과 연대하기도 한다. 인간이 좀비로 변할 때 그의 가장 취약한 내면 심리가 드러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호러영화가 응당 보여주는 성적 과감함은 빠져 있지만 신체를 놓고 벌이는 잔인성은 수위가 높다.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등 3대 세계 판타지 영화제를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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