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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마우면서도 무척 위험한 '원자력 에너지'…『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두 얼굴의 에너지, 원자력/ 김성호 지음/ 길벗스쿨 펴냄

얼핏 보기에는 원자력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명랑한 과학책 같다. 그런데 읽다 보면 책 제목 '두 얼굴의 에너지'의 뉘앙스는 밝은 얼굴보다는 어두운 얼굴을 부각시킨다. 책 마지막 장 '내일을 위한 선택'은 원자력이 아닌 미래에 지속 가능한 다른 에너지를 가리킨다. 원자력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눈에 들어오고, 원자력 찬성보다는 반대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원자력이란 게 그런 거다. 어찌 좋게만 설명할 수가 없다. 알면 알수록 불안감이 높아지는 에너지다.

책이 제시하는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논리는 이렇다. 5년 전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발전소가 지진과 해일의 여파로 방사능 유출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이때 후쿠시마 발전소는 비등수형 구조라서 문제가 터진 거란다. 비등수형이란 물이 한 개의 파이프를 타고 원자력 발전소를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그래서 파이프에 구멍이 나면 방사성 물질이 쉽게 밖으로 샐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는 가압형 구조라서 안전하단다. 가압형은 비등수형과 달리 파이프가 두 개다. 파이프 하나는 원자로 안에서만, 또 다른 파이프는 원자로 밖에서만 물을 돌린다. 위험 요인이 절반으로 나뉜다. 원자로 안 파이프는 구멍이 나도 물이 바깥으로 샐 염려가 없는데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에서 수소가 발생하면 이를 즉시 물로 바꾸는 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을 방지한단다.

이런 논리들을 책은 다시 반박한다. 1975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은 원전 사고 확률이 8천분의 1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 후 미국에서는 36년 동안 440여 기의 원전 가운데 7기 그리고 1곳의 핵연료 공장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론대로라면 원전은 꽤 튼튼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현실 속 사람의 부주의가 사고를 야기하는 것이다. 우선 원전을 지을 때 공사비를 가로채기 위해 몰래 불량 부품을 쓰는 일이 꾸준히 나타났다. 일명 '원전 마피아'가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원전 건설에도 개입했다는 뉴스가 2013년에 터진 바 있다. 원전 운영 인력도 사람인 만큼 실수를 한다. 2009년 경주 월성원전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교체하다가 실수로 2개를 떨어뜨려 기준치의 1만 배인 1만 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유출했다. 그러나 월성원전은 이걸 은폐했고 5년 만에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2년 부산 고리원전은 정전 때문에 12분 동안 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앞서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이 정전 17초 만에 폭발한 적이 있다. 고리원전도 이 사실을 한 달간 감췄지만 결국 적발당했다.

이 같은 인재(人災) 요소들 외에 또 한 가지 요소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지진이다. 경주에서 9월 12일 밤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금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경주를 포함한 가까운 영남 해안지역에 원전 18기가 밀집해 있다. 이 원전들 아래에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대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게다가 정부가 이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때 전문가들이 지적한 활성단층대의 존재를 무시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진도 문제지만, 이 역시 지진의 위험을 무시한 것은 인재의 소지가 다분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원전 사고들을 살펴보면, '원전이 너무 튼튼해서 미치겠다'는 갖가지 이론적인 설명들은 도무지 믿기 힘들어진다. 물론 원전은 우리에게 참 고마운 존재다. 지난 30년간 원자력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안전은 안전이다. 재앙 없는 미래를 위해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같은 선진국처럼 점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는 '탈핵'이 절실하다고 책은 주장한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보니 큼지막한 글씨와 다소 우스꽝스러운 그림, 그리고 쉬운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애들 책'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원자력에 대한 설명과 주요 논점을 제법 잘 다루고 있다. 원자력에 대해 너무 모르는 어른은 두껍고 어려운 책 말고 이 책을 보면 되겠다.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하나 더 있다. 원자력은 이제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16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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