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집없는 서민 위한 장기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외제차·호화 요트 타는 사람들…최소 8천만∼1억5천만원 호가 벤츠·아우디 등 즐비

23일 대구시내 한 LH 국민임대아파트 주차장에 출고가 8천만~2억원을 넘는 호화 요트와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23일 대구시내 한 LH 국민임대아파트 주차장에 출고가 8천만~2억원을 넘는 호화 요트와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23일 오전 10시쯤 대구시내 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임대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자 호화 요트와 고급 외제차가 한눈에 들어왔다. 최고급 세단 벤츠 S400과 BMW 740시리즈, 아우디 A7 등 출고가가 최소 8천만~1억5천만원을 훌쩍 넘는 외제차가 임대아파트 단지에 주차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지상 주차장엔 출고가가 2억원을 호가하는 미국산 요트 씨두 챌린저180 시리즈가 세워져 있었다.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해 만들어진 30년 장기 임대아파트에 고가의 자동차'요트가 즐비해 입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국민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후 총 1천28가구 중 10여 가구에서 고급 외제차를 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적격자로 의심되는 이들은 마주치기도 힘들고, 동별 모임에도 나오지 않는 등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입주민 이모(56) 씨는 "저녁 무렵 주차장에 차 세워놓은 거 보면 외제차는 물론 그랜저와 에쿠스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집 없는 서민들이 약 4~5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들어와야 하는데 30년 임대아파트에 그런 차를 끌고 다니는 입주민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LH에 따르면 국민임대아파트는 집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10∼20평형대 아파트로 30년 장기 임대할 목적으로 짓는 주택이다. 가구원 전체 소득이 월평균 337만원 미만이고, 1억2천600만원 이하의 부동산과 2천465만원 이하의 자동차 평가액을 보유한 무주택자만 입주할 수 있다.

LH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아닐 경우 자산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타인 명의, 리스, 렌트 등의 편법을 통해 고급 외제차를 모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서류상 만으론 걸러내기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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